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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이혼과 혼인 취소

중앙일보 2010.05.07 00:10 11면 지면보기
최근 모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녀의 절반 이상이 “애인이 있어도 결혼 상대자를 찾는다”고 한다. 이유인 즉 “더 나은 조건의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사랑보다는 조건을 중시하는 서글픈 현실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엄격히 말해 혼인 역시 한 사회의 ‘제도’이며 당사자의 합의와 신고를 요하는 ‘계약’이라 할 것이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현실일 수 있다.



위와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자신의 조건을 속이고 혼인하는 이른바 ‘사기 결혼’의 경우 이를 취소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경우 대부분 ‘이혼’을 선택하였을 것인데, 요즘은 아예 혼인 자체를 무효 또는 취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혼과 혼인의 취소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혼이 일단 완전하고 유효하게 성립된 혼인을 전제로 이를 사후적으로 해소하는 것을 뜻한다면, 혼인의 취소란 그 혼인 자체에 위법사유가 있어서 이를 소멸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통상 이혼의 경우 혼인 파탄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나, 혼인 취소의 경우 사기, 강박을 행한 상대방 또는 제3자에 대한 적극적인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명확한 근거와 기준이 된다고 본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떠한 경우 사기 혹은 강박에 의한 혼인으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주로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들의 학력, 재력, 직장관계 등에 관해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상대방과 혼인한 경우 이를 속칭 ‘사기 결혼’으로 보아 그 취소를 받아들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하급심 판례 중에는 실제로는 지방대학교 출신으로 별다른 직업이나 재산이 없고 그 부모 역시 경제적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서울 명문 사립대를 졸업하고 유명 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부모 역시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등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상대방과 결혼한 경우, 다액의 빚을 지고 주민등록도 말소된 채 신용불량자 상태에 있었으면서도 이를 속이고 마치 대학을 졸업한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기망하여 결혼한 경우 등에 있어 이를 사기에 의한 혼인으로 보아 취소하고 있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이혼전력이나 전 배우자와 사이에 낳은 자식이 있는 사실 등을 숨기고 혼인한 경우, 혼전 성관계로 임신한 후 혼인하였으나 혼인 후 출산한 자가 유전자검사 등의 결과 다른 사람과의 정교관계에 의하여 포태하였음이 밝혀진 경우에도 취소사유가 된다고 보고 있다.



혼인에 있어 감추고 싶은 자신의 과거나 사소한 조건 하나하나까지 모두 밝혀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혼인은 두 사람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성립되어야만 하는 것이므로 혼인의사를 결정케 할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여 착오에 빠뜨려서 혼인의사를 결정짓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유희 변호사






중앙일보 천안아산이 이번 호부터 전문가들의 칼럼을 싣습니다. 변호사와 세무사, 부동산 관련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실생활과 관련 깊은 정보를 알기 쉽게 풀어 봅니다. 지역과 관련한 궁금한 점을로 보내시면 적극적으로 다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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