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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살아온 30년 … “친구야, 추억에 빠져보자”

중앙일보 2010.05.07 00:10 4면 지면보기
천안고 24회 졸업생들이 2학년 때인 1978년 가을, 부산·경주·합천 등으로 수학여행을 갔다. 한 반 학생 전원이 다리에 걸터앉아 기념촬영을 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스승의 날에 당시 서광벽 교장에게 꽃을 달아주는 모습. [천안고 24회 졸업앨범]
“잠시 가장의 무게와 사회적 지위의 압박을 내려놓고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 하자.” 15일 스승의 날에 천안고등학교 24회 졸업생(1980년)들이 모교 체육관에서 졸업 30주년 행사를 한다. 70년대 후반 서슬퍼런 유신시대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던 때. 77년 입학한 540여 명 동기생이 3년간 천안 봉명동 교정에서 웃고 부딪치며 공부하며 10대의 싱그런 청춘시절을 보냈다.


천안고 24회 졸업 30주년 맞아

그들이 30년만에 모인다. “교정을 가득 채우던 향나무와 후박꽃의 내음. 늦은 밤,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갈 때면 그 향기가 그리도 상쾌하게 느껴질 수 없었는데…. 때론 봉서산에 올라 학교를 내려다보며 기어코 명문 대학을 가리라 굳은 다짐을 했었지.” 졸업 30주년 홈커밍데이를 기념해 만든 동영상물 나레이션 내용.



졸업앨범 편집후기엔 이렇게 적혀있다. “세월은 살같이 흘러 어느새 3년의 고교시절이 다 지나가 이제는 정든 학교와 선생님, 얼굴을 맞대고 웃던 친구들과 이별을 고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 오늘의 이별이 먼 훗날 흐뭇한 미소 속의 만남으로 이어질 것을 믿는다.” 당시 재학 3년을 아쉬워 했던 그들. 강산이 세 번 바뀐 ‘그 먼 훗날’에 ‘미소 속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벌써 선생님 한 분과 동기생 15명이 고인이 됐다. 벌써 머리가 반백이 된 친구들이 많다. 대부분 올해 나이 50세(61년생)로 ‘지천명(知天命)’에 들어섰다.



학창시절 함께 겪었던 얘기는 그들이 동기임을 기억케 한다. 다음 내용이 30주년 기념 동영상에 실렸다.



#1. 우선 떠오르는 여자 선생님들. 이봉심·채금숙·장은숙·김인경 선생님. 남학교 학생들의 짓궂은 농담에 때론 당황하기도 때론 눈물짓기도 했던 선생님들. 남몰래 사모의 편지를 보내던 아이들도 있었지. 그러다 친구들에게 들켜 놀림을 받기도 했지.



지금 뭘 하고 계실까. 이젠 교직서 은퇴하실 나이의 선생님도 계신데. 이봉심 선생님은 우리 동기 친구와 결혼해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시지만.



1978년 천안고 학도호국단의 천안 시가지 행진 모습. 지금은 사라진 교련복이 이채롭다.
#2. 1978년 2학년 가을 수학여행때 실종사건도 빼놓을 수 없지.마지막 날 양산 통도사에서 큰 난리가 났지.“한 놈 어디 갔어?” 다 같이 통도사 주변 산을 1시간 넘게 샅샅이 뒤졌지. 결국 찾지 못하고 선생님 몇 분을 현지에 남겨 두고 학교에 돌아와 보니, 부산 태종대에서 낙오돼 혼자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는 게 아닌가.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데. 요즘처럼 핸드폰이 있었으면 금세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우리들의 남해안 수학여행의 추억으로 남았지. 그 주인공은 강재영(9반, 현 공정거래위원회 근무).



#3. 친구들이여 ‘청마운동’을 잊진 않았겠지. 영어단어 외우기 위해 단어장을 꼭 들고 등교해야 했자나. 선생님들이 몽둥이를 들고 청마들을 감시하셨지. 학교 정문 앞에서 허겁지겁 단어장을 꺼내 들었지만 곧이곧대로 길에서 그렇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샌님이라고 놀렸지. 가끔 예쁜 여학생이 앞에 지나갈라치면 너도나도 단어장을 꺼내들었고…. 그때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4. 한 손엔 몽둥이, 한 손엔 바리깡. 등교길 하루도 빠짐없이 교문 앞을 지키던 김운성 선생님. 그 짧은 머리 조금 더 길러 멋 좀 낼라치면 어김없이 머리 가운데로 고속도로를 냈지. 그 ‘바리깡 선생님’을 피하려고 학교 담을 수도 없이 넘었지만 언제간 꼭 걸렸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다며 그리 험담을 했지. 그러나 우리 졸업 1년 후 해양수련회에서 바다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돌아가셨다는 얘길듣고 얼마나 가슴 아팠던지.



#5. 예비고사 보러 대전으로. 79년 당시 3학년 전체 학생이 전세버스를 빌려 1박2일 예비고사 시험 여행을 갔었지. 시험 때문에 긴장되는데 생소한 여관에서 자야 했으니. 밤새 뒤척이며 한 숨도 못 자고 긴장만 했었지. 하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 없었던 시간들이었다.



#6. 사슴먹이 채취. 당시 학교에서 사슴을 키웠었어. 지금의 학교 정문 부근에 사슴 우리가 있었어. 방학 과제로 1인당 2kg씩 사슴먹이 풀을 가져와야 했지. 방학 막바지 친구들끼리 모여 힘들게 인근 산으로 사슴먹이 채취하러 다녔어. 그때 얼마나 사슴을 원망했던지.



그 땐 고교생은 학도호국단 훈련을 받던 시절이다. 교련선생님으로부터 사열·총검술·제식 훈련 등을 받았다. 그리고 매년 아산 현충사까지 10여 km를 도보 행군해 충무공 이순신 장군 사당에 참배했다.



지난 2월 말 천안고 24회 동기 8명이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동기 방승범씨가 광저우 옆 한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데 격려할 겸 골프 회동을 했다. 같은 중국이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최병린씨도 5시간 동안 자동차를 몰고 와 합류했다. 사진은 24회 동기들이 라운딩후 현지 식당에서 저녁 식사하면서 건배하는 모습. 오른쪽부터 임범수·방승범·이수근·이상헌·홍병희·안민옥·최승환·이종희씨. [cafe.daum.net/chungma24]
‘천고 24회’는 입학 당시 충남에서 입학 성적이 높기로 유명했다. 천안 인근 도시 및 내포지방 일대 120여 개 중학교 우수 학생이 유학왔을 정도로 학업 수준이 뛰어났다. 사립학교로서 규율이 엄격했으며 학생들 면학 분위기가 좋아 명문대 진학률이 특히 높았다. 천고 24회 졸업생들은 지금 사회 각 방면에서 중추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30주년 행사를 동분서주하며 준비한 이종희(1반) 추진위원은 “혹 연락이 안 닿은 친구들이 있을까 걱정된다”며 “졸업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큰 행사로 많이 참석해 우리 우정을 자랑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카페(cafe.daum.net/chungma24)에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조한필 기자



졸업30주년 행사 순서



식전행사(오후 4시~4시30분)
은사님·내빈 안내



1부(오후 4시30분~5시30분) 개회선언, 국기경례, 고인이 된 은사·친구들 추모 묵념, 은사님 및 내빈소개, 경과보고 및 축사, 은사님 사은품 증정 및 큰절, 모교 발전기금 전달, 축하케익 커팅



2부(오후 5시30분~오후6시) 기념 영상물 상영, 반별 단체사진 촬영



3부(오후 6시~8시) 식사, 지역동기회 소개, 축하공연(정동근 섹스폰 연주 등), 여흥, 교가제창, 폐회



천안고 24회



■ 총 542명 졸업



- 작고:15명



한상국(1반), 박봉혁(2반), 최인철·이선규·인영



근(3반), 서정훈·홍성수·강건수(5반), 손천수·이



호기·백문기·정전교 (8반), 김필중·박종승·안석



환(9반)



- 연락가능 동기 345명



■ 지역별 분포



- 천안: 120여 명



- 서울: 110여 명



- 대전: 28명



- 인천: 12명



- 서산·태안·예산·홍성 : 15명



- 아산: 7명



- 청주: 3명



- 해외: 20명



■ 직업별 분포



- 교사: 25명



- 교수: 7명



- 의사·한의사: 15명



- 공무원: 25명



- 판사·변호사: 2명



- 대기업체 임원: 10여 명



- 중소기업체 임원: 80여 명



- 중소기업체 대표: 20여 명



- 소법인·자영업 운영: 160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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