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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더 내리기 전에 … 주택연금 가입 급증

중앙일보 2010.05.07 00:05 경제 12면 지면보기
부산에 사는 박정규(81·가명) 할아버지 부부는 얼마 전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아파트를 아들 셋에게 물려주는 대신 주택연금을 타서 풍족한 노후생활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 할아버지는 “넉넉하진 않지만 아들 셋이 생활해나갈 형편은 된다”며 “집은 자녀에게 물려줄 ‘유산’이 아니라 내가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이라고 말했다.



집을 담보로 노후생활자금을 빌리는 주택연금이 고령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택연금은 집은 있지만 일정한 소득이 없고, 노후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은퇴자들에게 유용한 상품이다. 가입자도 올 들어 꾸준히 늘어 지난달엔 신규가입 건수(180건)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들어 집값의 하향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주택연금은 더 각광받고 있다. 가격이 내리는 집을 물려주는 것보다는 당장의 부양부담을 덜어주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값이 떨어지기 전에 주택연금 가입을 서두르는 게 이익이기도 하다. 월 지급액은 가입연령이 높을수록, 집값이 비쌀수록 올라간다. 집값이 떨어지면 매월 받을 수 있는 돈도 줄어든다.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가입하겠다는 사람이 느는 것이다.



지난달 주택연금에 가입한 김영윤(71·가명) 할아버지도 “좀 더 일찍 가입할 걸”이라고 아쉬워했다. 고양시에 사는 김 할아버지는 지난해 9월 가입을 망설이다 미뤘었다. 하지만 지난달에 가입하려고 보니, 7개월 새 집값이 4000만원이나 떨어져 월 지급금이 175만원에서 169만원으로 줄어있었다. 일단 가입할 때 정해진 월 지급금은 종신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해도 변하지 않는다.



주택연금은 부부 모두 60세 이상이고, 9억원 이하의 주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용할 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보증서를 발급 받은 뒤, 9개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대구·광주·부산은행) 지점에서 대출약정을 맺으면 된다.





그렇다고 아직은 고령자들이 선뜻 주택연금 가입을 결정하지 못한다. 이들이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그래도 집 한 채는 자식에게 물려줘야 할 텐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주택연금 가입 문턱을 더 낮췄다. 지난해부터는 집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은 경우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올 3월부터 부부가 아닌 제3자 명의로 담보대출을 받은 경우에도 가입할 수 있다. 안양시에 사는 이숙희(72·가명) 할머니는 3월 주택연금에 가입한 뒤, 수시인출금을 이용해 자녀 명의로 된 주택담보대출 5000만원을 갚을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모든 주택연금 가입자에게 재산세도 할인해준다. 공시가격 3억원짜리 주택을 가진 사람이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재산세는 27만원에서 20만3000원으로, 지방교육세는 5만4000원에서 4만1000원으로 낮아진다. 모두 8만원가량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주택연금을 상담하는 주택금융공사 지사는 전국에 14곳이 있다. 문의는 고객센터(1688-8114)와 홈페이지(www.hf.go.kr)를 통해 할 수 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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