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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서민금융

중앙일보 2010.05.07 00:04 경제 11면 지면보기
삼성미소금융재단의 사무실에서 대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이 재단은 삼성그룹이 출연한 자금으로 설립됐다. [중앙포토]
최근 서민금융에 대한 얘기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미소금융이죠. 이는 은행과 기업들이 돈을 내 창업하려는 서민층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사업을 말합니다. 은행의 희망홀씨대출도 서민을 위한 금융 상품입니다. 서민(庶民)이란 보통 사람을 얘기하는 말이지만, ‘서민금융’에서의 서민은 주로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자를 말합니다. 저신용자란 어떤 사람들일까요. 또 서민금융이 왜 필요할까요.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은행 대출 받기 힘든 저신용자들 고금리 대부업체 이용 안 하고 새로운 사업 할 수 있게 도와줘요

틴틴 여러분의 부모님께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쓰면 돈을 제대로 갚았는지, 카드 대금을 잘 납부했는지 기록이 남습니다. 이를 취합해서 관리하는 곳이 바로 신용정보회사입니다. 신용정보회사에선 사람들의 신용을 크게 10개 등급으로 구분합니다. 1등급의 신용이 가장 높고, 10등급이 가장 낮습니다. 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있는 사람은 지난해 말 현재 3782만 명에 달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속한 곳은 5등급으로, 1050만 명이나 됐습니다. 대게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신용이 5등급 정도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쓴 뒤 이자나 사용대금을 제대로 내면 신용등급이 더 올라갑니다. 반대로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연체 정보가 쌓이면 신용정보회사들은 신용등급을 낮추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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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신용등급이 7등급 밑으로 떨어지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됩니다. 보통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신용 7등급 이하의 사람들을 저신용자라고 합니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76만 명으로 전체의 20.5%에 달합니다. 다섯 명 중 한 사람은 저신용자라는 것입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은행 대신 2금융권이라 부르는 캐피털사나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합니다.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연 6~8%인 반면 캐피털사나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20~30%나 됩니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들은 왜 신용도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 높은 금리를 적용할까요. 대출 손실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높은 사람들보다 돈을 제대로 갚을 확률이 낮습니다. 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말 신용등급이 1등급이었던 사람이 신규 대출을 받아 3개월 동안 원리금(원금+이자)을 갚지 못한 경우는 0.14%에 그쳤습니다. 1등급자 1만 명 중 14명만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신용등급이 가장 낮았던 10등급자가 빚을 못 갚는 경우는 56.4%에 달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면 떼일 위험이 높기 때문에 금리를 높게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금융회사는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돈을 안 갚을 가능성이 크다면 아예 이런 사람에겐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저축은행 같은 곳은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을 위해 설립된 금융회사지만 실제론 서민들을 위한 신용대출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2003년 카드 빚을 갚지 않는 사람이 많이 생긴 ‘카드 사태’ 당시 많은 대출이 부실화했고 그 이후엔 서민 신용대출을 잘 하지 않게 된 것이죠. 대신 금융회사들은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집을 담보로 잡고 있으면 대출을 갚지 못해도 집을 팔아서 대출한 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더구나 2008년 9월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심화하면서 경제 사정이 나빠졌습니다. 일자리도 늘지 않고 경기도 나빠지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위험한 대출을 꺼렸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담보가 없는 서민층들은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금융회사들이 서민층에게 돈을 잘 빌려주지 않자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대부업체로 몰려갔습니다. 현재 대부업법 시행령은 연 49%가 넘는 이자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부업체들은 대부분 법령이 정한 최고이자율인 연 49%의 금리를 받고 있습니다. 100만원을 1년간 빌리면 이자가 49만원이나 됩니다. 이자 부담이 높은 편이지요. 금리가 높은 만큼 빌려간 사람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의 한 대형 대부업체는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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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정부는 대부업체 등을 이용하는 서민층의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근 대책을 내놨습니다. 대부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연 49%인 최고 금리를 6~7월부터 연 44%로 내리고, 앞으로 1년 안에 이를 연 39%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죠. 이자 부담이 너무 많으면 서민층의 사정이 어렵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도에선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이나 카드 대금을 3개월 이상 갚지 않으면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돼 어떤 금융거래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새로 신용카드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줍니다. 먼저 소비가 위축됩니다. 이자 부담이 늘면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기업이나 상점들은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직원을 줄여야 합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다시 소비를 줄이고, 소비가 줄어들면 생산과 일자리가 감소합니다.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지요.



정부는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해 각종 지원을 합니다. 재원은 국민이 낸 세금입니다. 그러나 한정된 세금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비를 많이 쓰면 앞으로 나라 전체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거나 경제 활동에 필요한 각종 도로나 항만을 건설하는 데 쓰는 돈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서민층이 적절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만 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긴급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부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면 남는 여유 자금으로 소비를 더 할 수 있게 되겠죠. 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서민층은 돈을 빌려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고, 사업이 성공한다면 서민층은 중산층으로 뛰어오르게 됩니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히 경제도 잘 돌아갑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와 기업, 은행들이 많은 돈을 출연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서민금융사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민금융사업이라고 해서 무작정 돈을 빌려주는 건 아닙니다.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 사람이 많다면 자금이 계속 고갈되고, 어느 시점에 가면 서민을 위한 대출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또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으면 돈이 꼭 필요하고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대출을 받기 위해선 돈을 갚을 최소한의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일해 번 돈으로 원리금을 갚을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민금융 사업도 일정한 자격 조건에 따라 대출심사를 하게 돼 있고, 이를 통과한 사람만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원배 기자




◆도움말 주신 분=금융위원회 중소서민금융과 김건영 서기관,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조수현 과장, 신협중앙회 정관석 과장, 미소금융중앙재단 윤재경 과장, 한국신용정보 문경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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