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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사외이사 관련 ‘카더라 통신’ 없애려면

중앙일보 2010.05.07 00:01 경제 7면 지면보기
“사외이사들에게 하루에 두 번 회의비를 준다는데, 이게 타당한 얘기인가요.”



“새로 추천된 사외이사의 면면은 화려한데 도덕성과 인성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3월 26일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나온 소액주주들의 질문이다. 지난해 말 KB금융 회장 선출 과정의 파행을 겪으면서 사외이사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과 궁금증은 커졌다. 하지만 이를 채워줄 정보는 부족했다. 지난해 금융계에선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억대 연봉을 받고, 한 번 회의를 하면 수백만원의 수당을 받는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중 일부는 실제 숫자로 확인됐다. 지난 1월 채택된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라 최근 공시된 은행권 사외이사 보수 현황에서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KB금융의 사외이사들은 기본급에 수당, 성과연동주식을 모두 합해 연간 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주식을 주지 않는 다른 금융회사 보수의 두 배에 달한다.



하지만 회의비로 한 번에 수백만원을 챙긴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공개된 수당 총액과 이사회 개최 횟수를 비교하면 KB금융의 회의비는 1회 50만원 정도다.



투명하게 공시하면 헛소문은 설 땅이 없어진다. 또 공시가 활성화되면 은행 스스로가 사외이사에 대한 보수체계나 운영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를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사외이사 관련 공시는 이제 첫걸음을 뗐다. 아직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다. 금융지주회사나 은행이 사외이사가 소속된 비영리 단체에 최근 5년간 기부를 한 액수가 공개됐지만 시점과 경위 설명이 없다. 이것만으론 어떤 이유에서 기부가 이뤄진 것인지, 사외이사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공시를 하긴 했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공시가 사외이사와 관련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취지라면 그에 걸맞게 세부 내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공시의 시점을 앞당기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가 추천되면 이들이 속한 단체에 준 은행 기부금 현황 등을 주주총회 전에 공시하는 것이다. 그러면 은행으로부터 지속적인 후원을 받는 단체에서 사외이사를 보내는지를 주주들이 미리 검증할 수 있게 하자는 얘기다. 이왕 하기로 한 공시라면 취지에 맞게 쓰임새가 극대화되는 게 좋다. 엄격한 검증을 거쳐 선임된 사외이사라면 주주들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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