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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 아파트도 ‘실버 맞춤형’

중앙일보 2010.05.07 00:00 경제 4면 지면보기
급속히 늘고 있는 고령인구가 아파트를 바꿔놓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지난해 말 10%를 넘어섰다. 정부는 2018년에는 고령인구가 15%, 2025년에는 25%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 때문에 주택건설회사들은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에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갖춰 노인 수요층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초기 단계이지만 노인 전용 편의시설을 확충하거나, 건강까지 챙겨주는 아파트가 선보이기 시작했다. 대림산업 이영준 상무는 “노인이 주택시장의 주요 수요층으로 떠오를 날이 멀지 않았다”며 “이에 맞춰 아파트도 노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특징은 고령자를 위한 단지 디자인의 변화다. 한화건설은 7일부터 청약신청을 받는 경기도 별내지구의 한화꿈에그린 아파트에 밸리웨이를 만든다. 밸리웨이는 단지 내 높낮이를 최대한 없앤 통로로, 고령자의 단지 내 이동을 돕기 위한 것이다.



계단을 없앤 아파트 출입구(대림산업).
대림산업은 지난달 고령자용 공간 설계인 ‘Think U 디자인’(단지 전체가 턱이나 높낮이 없이 수평으로 연결되도록 설계)으로 공동주택으로는 처음으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얻었다. GS건설도 노인들의 생각과 생활패턴 등을 고려한 디자인(자이 인클루시브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단지 내에 고령자 전용 주차구역 등을 따로 만드는 식이다.



노인 전용시설의 진화도 새로운 현상이다. 중흥건설은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공사 중인 중흥S클래스 단지에 노인 전용 취미실·서재를 꾸미고 있다. 두산건설도 경기도 고양시에서 짓고 있는 두산위브더제니스의 각 동 1층에 공원이 딸린 노인 전용 공간을 만든다. 두산건설 최성욱 소장은 “관련법상 노인 시설은 300㎡만 확보하면 되지만, 노인 인구 증가 등을 고려해 1400㎡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몸을 가누기 쉽게 도와주는 손잡이(SH공사).
SH공사는 아예 노인 복지시설 못지않은 노인 전용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화장실 등 집 안 벽 곳곳에 몸을 가누기 쉽게 도와주는 손잡이를 설치하고, 화장실 바닥은 미끄럼 방지 타일로 시공하는 게 일반아파트와 다른 점이다. 현대건설은 인천 검단힐스테이트 아파트에 노인용 홈오토메이션 버튼을 만들었다. 노인을 둔 계약자들은 대부분 이 버튼을 선택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고령자들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단지도 선보인다. 현대건설이 인천 영종지구에서 짓고 있는 현대힐스테이트에는 노인들이 수시로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소변기가 설치된다. 김진영 분양소장은 “소변을 보면 검진기가 작동해 당뇨 등의 건강상태를 간단히 살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과 두산건설도 이 같은 자기 검진 시스템을 새 아파트에 설치하고 있다.



부딪혀도 다치지 않는 욕조(대우건설)(左). 글자 크기를 키운 노인용 홈오토메이션 버튼(현대건설)(右).
GS건설 원종일 상무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나 디자인은 이제 도입 단계이지만 수년 내 아파트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정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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