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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사제들의 결혼 허용 검토할 때

중앙일보 2010.04.20 01:49 종합 37면 지면보기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최근 아일랜드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아일랜드 사회가 빠르게 세속화되면서 가톨릭의 가치가 훼손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교황의 분석은 부분적으론 맞다. 그러나 성직자의 아동 성 학대는 다른 국가에서도 숱하게 발생했다. 세속화로 인해 종교적 가치가 도전받는 곳이 비단 아일랜드만이 아니란 얘기다.



과거 종교적 권위가 강했던 전통 사회에선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적 행동에 대한 평가를 성직자에게 맡겼다. 교리에 근거해 성적 금기가 엄격했다. 그러나 정작 성직자를 비롯한 특권층은 교리를 어기며 위선적으로 행동했다. 부유한 남성은 바람을 피웠고 교수는 제자와 놀아났다. 성직자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성적 욕구를 채웠다. 가톨릭 사제가 독신주의 원칙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르네상스 시기엔 교황마저 자식을 둘 정도였다.



과거에 여성의 인권은 심하게 제한됐다. 아동의 인권 역시 마찬가지다. 어른들은 아이를 지배하려고만 했다. 베네딕토 16세 및 보수적 인사들은 20세기 중반에 시작된 성(性) 혁명이 성 문화를 문란하게 만들었다는 점만 중요시하는 듯하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바로 여성과 어린이의 지위가 개선됐다는 점이다. 정부를 두거나 제자와 놀아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 오히려 1960~70년대의 급격한 사회변화는 새로운 형태의 금욕주의를 낳았다. 불륜을 저지르면 직장을 잃거나 결혼생활이 파탄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것이다. 아동과의 성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저항할 힘이 없는 아동을 착취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 됐다.



베네딕토 16세도 여성과 아동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최근 교황청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 성추행 문제의 근본적 해결보다 각종 성 추문 사건에서 가톨릭 교구를 보호하는 것에 더 신경 쓰는 듯 보인다. 가톨릭 사제의 죄는 일반 신도들의 죄보다 더 크다. 사제는 고해성사를 통해 신도들의 고백을 듣고 신을 대신해 그 죄를 사해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사회가 세속화돼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속주의적인 통념 어디에도 아동 학대가 괜찮다는 가르침은 결코 없다. 민주화된 현대 사회에선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교리를 어기며 성 추문을 저질러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던 사제들의 특권은 사라졌다. 성직자들의 독신주의 서약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데 말이다.



해결책은 가톨릭 교회가 사제들의 결혼 또는 동성애 관계를 허용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교리 문제에 있어 엄격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런 의견에 동의하는 대신 세속화된 사회를 훈계하는 식의 설교를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거라고 본다. 인간의 육체는 유혹에 약해 어떻게든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길을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일 가톨릭 사제의 성관계가 합법화되지 않는다면 약자에 대한 성범죄는 계속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언 부르마 미국 바드 칼리지 교수

정리=이승호 기자ⓒ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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