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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3년 폭발 땐 기근으로 아이슬란드 인구 25% 사망

중앙일보 2010.04.20 01:17 종합 2면 지면보기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과 함께 분출되는 화산재는 당장엔 천재지변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인간의 건강과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고, 비행기 운항 등에 치명적인 재앙으로만 보일지 모르지만 순기능도 있다. 토양을 비옥하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인류의 농경에 축복이 돼 왔다. 당장엔 부정적 영향이 관심사다. 아이슬란드에서 뿜어나오는 화산재가 항공대란을 일으키는 것은 화산재가 정밀기기에 얼마나 타격을 주는지를 알면 이해가 간다. 화산의 분출물을 보통 화산재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크기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한다. 지름이 16분의 1㎜ 미만인 것은 화산먼지, 16분의 1~2㎜는 화산재, 2~64㎜는 화산력, 64㎜ 이상인 것 중 모가 난 건 화산암괴, 둥근 것은 화산탄이라고 부른다. 비행기가 다니는 고공까지 올라가 떠도는 건 화산먼지와 화산재인 경우다.


‘동전의 양면’ 화산재의 과학

이 중 미세입자들이 비행기의 엔진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엔진의 고열에 녹아 달라붙어 노즐을 막기도 한다. 1989년 12월 1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한 보잉747 여객기가 화산재 구름 속을 날다 엔진 4개가 모두 멈추는 긴박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8분 뒤 엔진이 재가동해 참사를 면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화산재가 비행기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흡착성 같은 화산재 성분보다 재의 입자가 얼마나 작은지가 정밀기기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작은 입자는 유리가 녹을 정도의 섭씨 1100~1200도보다 훨씬 낮은 섭씨 670~800도에서도 비행기 엔진에 쉽게 달라붙어 녹았다.



기원후 79년 폭발한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의 화산재는 당시 상업 대도시인 폼페이를 멸망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과학자들은 2003년 한 연구에서 초기 화산 분출물에 살아남은 사람도 뒤이어 불어닥친 화산재 폭풍에 질식해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폼페이 주민들은 처음 화산 폭발 때 쏟아진 돌멩이들을 용케 피했지만 기도를 타고 들어온 미세한 화산재까지 피하지 못한 것이다. 화산재의 위력은 이뿐이 아니다. 지구 전체는 아니라도 한 대륙 정도의 기후를 변화시켜 동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1783년 아이슬란드 남부 라키의 화산 폭발은 유독가스 분출과 목초지 오염으로 소 1만1000마리, 양 20만 마리, 말 2만8000마리를 죽게 했다. 당시 아이슬란드 인구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5000여 명이 기근으로 숨졌다. 그 이듬해인 1784년까지 2년간 유럽과 북미의 겨울은 혹독하게 추웠다. 여름이 돼도 땅이 언 채로 남아 있었다고 역사는 전한다. 화산재가 햇볕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화산재는 화산 폭발 주위에서는 일반적인 바람에 의해, 먼 곳은 주로 지상 11㎞ 언저리에서 초속 25m로 부는 제트기류를 타고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북구 그린란드 인근인 아이슬란드에서 뿜어낸 화산재는 제트기류를 타고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유럽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제는 긍정적 영향을 살펴보자. 화산재가 땅에 내려앉으면 우선 식물에 유익하다. 수세미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구조로 돼 있는 형태가 많아 다양한 영양분을 함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화산재가 쏟아진 지역은 풍년이 든다고 한다. 화산재는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건축재에 요긴하다. 벽돌의 경우 기존 시멘트 벽돌보다 3분의 1 정도 무게가 덜 나가면서 강도는 높다. 일본 다케나카건설 등 세계 각지 업체들이 화산재를 활용해 다양한 건축재를 만든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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