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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하토야마 ‘잔인한 4월’

중앙일보 2010.04.20 00:45 종합 18면 지면보기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이 풍전등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내각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치면서 총리 퇴진론까지 급부상했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이 25%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직전 조사(3월 13∼14일)에 비해 7%포인트나 떨어졌다. 집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1%에 달해 과반수가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출범 당시 70%를 웃돌며 출발했던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은 이후 지속적이면서도 빠른 속도로 하락 중이다. 이달 들어선 내각 해산이나 조기 총선을 압박하는 수준인 20%대로 내려왔다.


내각 지지율 25%로 추락 … 7월 이전 퇴진론까지 거론

지난 9∼12일 지지(時事) 통신의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23.7%까지 내려갔다. 지지통신은 “일본 정치권에서는 10%대로 내려가면 총리 퇴임론이 본격 거론된다”며 “7월 참의원 선거 전 퇴임론이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국가전략담당상은 “만약 하토야마 내각이 퇴진하면 새 총리가 나와 중의원·참의원 동시 선거를 하는 게 논리적”이라고 말했다.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를 경우 민주당은 현재 308개 의석 가운데 30% 이상을 잃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시사주간지 주간겐다이(周刊現代)는 최신호에서 “지난해처럼 한여름의 정치권 결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조기 총선을 실시하면 민주당은 현재 308석 가운데 101석이 줄어든 207석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야당인 자민당이 근소한 차로 제1당 자리를 되찾으면서 다시 정권 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듯 현재 일본에선 보수 성향의 신당 창당 등 정계 개편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 보수 우익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가 당명까지 지어 주면서 적극 지지하고 있는 ‘일어나라 일본당’이 지난 10일 출범한 데 이어 18일에는 ‘일본창신(創新)당’이 결성됐다. 일본창신당의 간판은 보수 우익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도쿄 스기나미(杉竝) 구청장이다. 중의원 의원 출신인 그는 “이대로는 일본이 망한다”고 주장한다. 야마다는 5월 창당대회를 열고 참의원 선거에 10명 이상의 후보를 출마시켜 정당 유지가 가능한 5명 이상을 정계에 진출시킨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토야마 내각이 위기에 몰린 것은 지난해 총선 때 내건 공약 중 일부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데다 잇따라 공약들을 번복함으로써 국민의 불신이 깊어진 탓이다. 오키나와(沖繩)현의 주일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 문제는 가장 큰 혼선을 빚고 있다. 하토야마는 “반드시 5월 말까지 해결하겠다”고 공약했으나 후텐마 기지를 수용하겠다는 곳이 없어 이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후보지의 하나로 추진되던 가고시마(鹿兒島)현 도쿠노시마(德之島)에서는 18일 1만5000여 명이 궐기대회를 열어 하토야마 내각을 규탄했다.



미·일 간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 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하토야마 총리와 비공식적으로 만나 “(지난해 11월 회담에서) 당신은 나를 믿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런 진전이 없다. 끝까지 실현할 수 있나”라며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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