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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못 보는 사장님, 세상에 빛을 주다

중앙일보 2010.04.20 00:43 종합 24면 지면보기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엑스비전테크놀로지 사무실. 사무실 한쪽에서 프로그래머 5명이 헤드셋을 쓴 채 컴퓨터 앞에서 연방 마우스를 움직이며 작업 중이었다. 그런데 컴퓨터 4대의 모니터는 꺼져 있었다. 다른 한 명도 모니터는 켜놓았지만 화면에 거의 얼굴을 붙이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시각장애인이었다. 이 회사는 시각장애인용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인 ‘센스리더’가 주력 상품이다. PC를 사용할 때 화면상 문서나 작업과정을 소리로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연 매출은 8억원 정도로 국내 스크린리더 시장의 70~80%를 차지한다.


시각장애인들 위한 음성 SW 개발
올해의 장애인상 받는 송오용씨

이 회사 대표가 ‘시각장애인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송오용(38·사진)씨다. 그는 2002년 김정호(37)·최영찬(35)·김기삼(33)씨 등 서울맹아학교 후배 3명과 함께 회사를 세웠다. 직원 12명 중 7명이 시각장애인이다. 송 대표는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만든 덕분에 우리를 믿고 프로그램을 사는 시각장애인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그네를 타다 떨어져 시력을 잃었다. 맹아학교 중3 과정 때 처음 접한 ‘애플 컴퓨터’는 그에게 한 줄기 빛이었다. 선생님을 졸라서는 점자책을 구해 컴퓨터를 공부했다. 졸업 후 안마사로 일하면서도 하이텔·나우누리 등 인터넷 동호회의 강의를 들으며 컴퓨터에 매달렸다. 96년엔 도스용 스크린 리더를 처음 개발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취직해 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렸다. 시각장애인 아내와도 음성지원이 되던 온라인 채팅게임을 통해 만났다.



송 대표는 요즘 스마트폰 음성합성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면 시각장애인에게 ‘제2의 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회사마다 운영체계가 다르고 업데이트 속도가 빨라 개발이 쉽진 않다”면서도 “해외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20일 열리는 제30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는다.



글=김정수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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