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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미션투 셰프-한식으로 세계를 요리하라 ③

중앙일보 2010.04.20 00:18 경제 22면 지면보기
‘미션투 셰프’는 경쟁 프로젝트가 아니다. 셰프들의 아이디어 경연장일 뿐이다. 한데 회를 거듭할수록 셰프들은 경쟁보다도 더 치열하게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다. 음식은 점점 정치해지고, 그러면서도 방법은 단순해진다. 다음엔 어떤 음식이 나올까. 기다림만으로도 설렐 정도다. 이번 회엔 글로벌 한식팀의 이상학(CJ 푸드빌)·김종민(JW메리어트호텔) 셰프와 코리안 파스타팀의 송용욱(르코르동블루-숙명 아카데미)·이재훈(뚜또베네) 셰프가 한식의 미래를 그려냈다.


좋은 음식의 조건 … 만들기 쉬울 것, 먹기 편할 것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글로벌 한식팀 │ 이상학(CJ푸드빌) 셰프   파티에 어울리게 해산물·두릅 꼬치 어떤가요



한식은 ‘한옥에서 먹는 요리’다. 사랑방에서 앉은뱅이상에 차리고 양반다리 하고 앉아 먹기 좋다. 한식의 대표 요리인 김치·비빔밥·불고기도 그렇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요리지만 서서 즐기는 외국 파티에 내놓기는 부담스럽다. 양념의 향이 강해 파티 분위기와 잘 맞지 않기도 하다.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한식 메뉴는 대체로 대중적인 요리다. 외국 고급 문화와 섞이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뉴욕 고급 레스토랑에서 드레스를 입고 와인과 함께 즐기는 풍경에 쉽게 녹아들지 않는다. 한식은 고유의 맛, 그 자체로 훌륭하지만 외국 고급 문화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방식의 변화를 줘야 한다. 음식의 맛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식의 보수성을 벗어나는 일이다.



이번에 만든 음식은 김치와 꼬치구이를 이용한 애피타이저다. 보통 한식의 세계화라고 하면 메인 요리를 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한식은 메인 요리가 아니라도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김치·나물 등 한식 고유의 풍미는 오히려 애피타이저에 더 어울린다.





해산물 꼬치는 향이 좋은 산나물 두릅과 함께 전통감식초로 절였다. 이렇게 하면 해산물 특유의 잡냄새가 없어지고 산뜻한 신맛이 입맛을 돋운다. 꼬치를 구운 뒤 참기름과 간 깨를 뿌려 새콤한 맛에 고소한 향을 더했다. 김치살사는 흔히 먹는 샐러드 채소에 백김치를 가미했다. 고추장과 유자청을 넣어 전통의 맛을 강조했다.



김치 살사를 곁들인 해산물·두릅 꼬치



●재료 김치 살사 백김치·적양파·토마토·오이·실파·올리브오일·귤·고추장·다진마늘·유자청·소금·후추



해산물·두릅 꼬치 새우·홍합·관자·참치·주꾸미·두릅·감식초·홍고추·올리브오일·참기름·참깨·소금·후추



●만드는 법 김치 살사 1 백김치·적양파·토마토·오이를 깍둑 썬다. 2 고추장, 유자청을 ①에 섞어 살사를 만든다.



해산물·두릅 꼬치 1 꼬치를 얼음물에 30분 정도 불린 후 해산물을 가지런히 꽂는다. 2 감식초에 홍고추·올리브오일·소금·후추를 넣고 양념을 만든 뒤 ①을 재운다. 3 달군 팬에 해산물꼬치를 굽고 참기름과 간 참깨를 발라 마무리한다. 구운 꼬치에 김치살사를 뿌려 낸다.






글로벌 한식팀 │ 김종민(JW 메리어트호텔) 셰프   ‘한국의 스테이크’ 너비아니, 입맛 당깁니다



한식 세계화, 굳이 어렵게 접근할 필요 없다. 계란찜·너비아니·쌀 등 쉽게 접하는 요리와 재료를 썼다. 한국과 서양을 각각 대표하는 요리끼리 조화롭게 배치해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애피타이저는 프랑스의 ‘아뮤즈 부쉬(Amuse Bouche)’ 스타일로 만들었다. 아뮤즈 부쉬는 입맛을 돋우기 위해 내놓는 한 입 크기의 전채요리다. 전통식 불고기와 육회, 계란찜을 먹기 좋게 작은 접시에 담았다. 심심한 분위기를 보완하기 위해 서양의 미식가들이 선호하는 송로버섯과 철갑상어알을 곁들였다.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맛을 냈다. 이 요리는 지난해 호주축산공사가 연 ‘블랙박스 요리대회’에서 애피타이저 부문 1위를 했다.



메인은 구이의 국가대표라 할 수 있는 너비아니를 골랐다. 너비아니는 연한 소고기 안심을 얇게 저며 양념에 재운 뒤 굽는 요리다. 소스를 얹은 스테이크의 한국판이다. 외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대로 내놓으면 양념맛이 너무 강하다. 이탈리아 밀라노풍의 샤프란 리조토를 응용했다. 샤프란 소스를 떡에 바른 뒤 너비아니 구이로 말았다. 떡은 쌀보다 요리의 형태가 잘 유지되고 독특한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디저트는 쌀이 주 재료다. 쌀은 보통 주식으로 먹지만 그 자체의 향도 좋다. 하지만 곡물이라 조금 무거운 감이 있어 살짝만 넣고 푸딩 반죽을 했다. 달콤한 향을 넣기 위해 딸기를 활용했다.



애피타이저│송로버섯을 얹은 불고기와 철갑상어알을 곁들인 계란찜



●만드는 법 1 얇게 썬 토마토에 볶은 불고기와 채소를 넣고 만 뒤 검은 송로버섯을 얹는다. 2 새우계란찜에 황설탕을 뿌리고 구운 뒤 철갑상어알을 얹는다. 3 육회에 썬 배와 망고샐러드를 얹고 로메인상추와 볶은 잣을 곁들인다.



메인│너비아니구이로 만 샤프란 소스 떡 요리



●만드는 법
1 쇠고기 안심은 불고기 양념으로 30분간 재워 살짝 굽는다. 2 떡은 샤프란 소스를 묻힌 뒤 참깨와 검은깨를 뿌린다. 3 너비아니로 떡을 말고 야채를 곁들인다.



디저트│계피향의 인삼과 대추정과를 곁들인 라이스푸딩



●만드는 법 1 우유·설탕·계란을 잘 섞어 푸딩 반죽을 만든다. 2 리코타치즈와 익힌 쌀을 ①에 넣어 천천히 섞는다. 3 푸딩 반죽을 중탕으로 구운 뒤 식힌다. 4 계피가루를 뿌리고 인삼·대추정과·딸기소스로 장식한다.






코리안 파스타팀 │ 송용욱(르코르동블루-숙명 아카데미) 셰프  전복죽과 리조토의 만남, 군침 저절로 돌걸요



한국인에게 쌀이 빠진 밥상, 상상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한식을 소개하는 데 쌀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한식을 소개하는 것은 쌀과 어우러지는 우리네 음식문화를 알리는 일이다.



서양에서 쌀은 주 메뉴인 고기요리에 곁들이는 샐러드나 마찬가지다. 쌀을 주식이라고 하는 우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반찬과 함께 먹지 따로 맨밥을 먹지는 않으니까. 쌀밥 그 자체를 요리라 부르기 힘들다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건강식 열풍이 불면서 쌀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단품으로 된 서양의 쌀요리도 꽤 알려졌다. 대표적인 게 이탈리아의 리조토(Risotto)다. 우리도 쌀이 주가 된 요리로 죽이 있다. 그중 대표 상품이 전복죽이다. 전복죽은 맛도 훌륭하지만 영양 면에서도 나무랄 데 없다. 리조토와 전복죽의 만남, 꽤나 어울릴 것 같지 않은가.



전복리조토는 근대 잎으로 싸고 조개 모양의 토마토 튈 안에 넣었다. 무엇이 들어있나 호기심이 들도록 해 먹는 재미를 더했다. 바삭한 질감을 주기 위해 카다이프(꿀을 입힌 시리얼)를 뿌렸다. 전복 리조토에 계란을 풀어 맛을 풍성하게 했다. 우리에게 계란 푼 죽은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세계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조리법은 아니다.





애피타이저는 육회와 관자에 배와 천혜향 제스트, 오미자, 감식초를 넣었다. 곁들인 샐러드는 봄나물인 참나물과 돌미나리 그리고 유채꽃이다.



근대와 토마토 튈을 곁들인 전복 리조토



●만드는 법
1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양파와 쌀을 볶은 뒤 조개·닭 육수를 부으며 익힌다. 2 쌀이 거의 익으면 볶은 전복과 돼지호박을 넣는다. 3 원형 틀에 리조토를 넣어 형태를 만든 뒤 근대잎과 카다이프로 싸 오븐에 재빨리 익힌다. 4 육수·크림·비트주스로 거품을 내 올리고 토마토 튈과 볶은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다.



감식초로 맛을 낸 관자·쇠고기육회



●만드는 법
1 배를 다져 접시 중앙에 놓고 얼린 안심과 관자를 얇게 썰어 올린다. 2 발사믹·감식초·오미자 우린 물을 올리브 오일에 섞어 곁들인다. 3 계란 노른자에 물을 섞어 거품을 내 올리고 봄나물 샐러드를 곁들인다. 파마산 치즈·잣가루·굵은 소금을 뿌린다.




코리안 파스타팀 │ 이재훈(뚜또베네) 셰프 명란젓 버무린 파스타, 손님이 찾고 또 찾습니다



청국장·홍어회와 더불어 외국인의 코를 틀어막게 하는 재료가 있으니 바로 젓갈이다. 그래서인지 젓갈이 우리나라 특유의 음식 문화이고, 외국인에게 내놓기는 부담스럽다고들 한다. 하지만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는 염장한 식재료가 있다. 서양 요리에 많이 쓰이는 엔초비, 일본의 가라스미,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가 대표적 사례다. 단지 차이점은 젓갈은 발효를 한 음식이라는 점. 그래서 향이 짙어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기획을 시작하면서 말했듯 한식 세계화를 위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 외국인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젓갈을 어떻게 내놓으면 외국인도 즐길 수 있는 요리가 될까 고민했다. 조개젓은 봉골레와 다를 게 없고, 오징어 젓갈로는 파스타를 만들기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명란젓. 비린 데 없이 담백하고 캐비아(철갑상어알)가 그렇듯 생선알은 고급 식재료니까.





하지만 명란젓을 그대로 쓰면 짜서 먹기 힘들다. 하루 동안 물에 담가 염도를 낮추고 올리브 오일에 담갔다. 그랬더니 짠맛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감칠맛이 돌았다. ‘파스타용 명란젓’이 탄생한 것이다. 보통 파스타에 쓰는 파슬리 대신 쪽파를 얇게 썰어 뿌려 전통의 맛을 살렸다. 색과 맛이 모두 조화를 이뤘다. 이 음식을 개발한 뒤 레스토랑에서도 팔고 있다. 가장 잘나가는 메뉴가 됐다.



명란젓 파스타



재료
(4인분) 링귀네면 400g, 명란젓 320g, 마늘 4알, 올리브 오일 60mL, 대파 흰 부분 2대, 청양홍고추 1개, 쪽파 2개, 해물육수 200mL, 화이트 와인 200mL



●만드는 법 1 명란젓은 찬물에 하루 동안 담가 건진 뒤 물기를 제거하고 올리브 오일에 담가놓는다. 2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으깬 마늘, 어슷 썬 대파, 홍고추와 명란젓을 넣고 볶다가 화이트 와인을 넣어 졸이고 해물 육수를 넣는다. 3 링귀네면을 삶아 ②의 소스와 섞은 뒤 접시에 담고 쪽파를 얇게 썰어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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