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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그 … 리더십보다 멤버십으로 선수를 움직였다

중앙일보 2010.04.20 00:12 종합 32면 지면보기
삼성화재의 2009~2010 프로배구 통합우승을 지휘한 신치용(55) 감독은 올해로 16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1995년 창단 때 사령탑을 맡아 실업배구 슈퍼리그 8연패와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네 차례 우승까지 12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세진과 신진식 은퇴 이후에도 세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한 신 감독의 리더십이 10년 넘게 최강을 자랑하는 삼성화재의 가장 큰 무기다.


세 시즌 연속 배구 천하 평정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V-리그 3연패를 달성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우승컵을 높이 치켜들며 감격을 표현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현대캐피탈을 4승3패로 누르고 프로배구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대전=연합뉴스]
◆의사소통 리더십=신 감독은 “좋은 선수가 많아도 팀 문화가 나쁘면 성적이 안 나온다. 반대로 팀 문화가 좋으면 선수가 하나씩 빠져나가도 버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들을 보유하고도 성적이 나쁜 예는 프로 종목에 숱하게 많다. 팀 문화를 위해 신 감독은 강제보다는 설득을 중요시한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도록 의사소통을 많이 한다. 선수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간관계 기술(human skills)이 뛰어난 지도자다.



2008~2009 시즌 1라운드에서 프로팀에 전패를 당하자 신 감독은 선수들과 계룡산에 올랐다. 힘든 산행 후 마음을 터놓는 대화로 선수들의 의지를 일깨웠다. 2라운드 전승을 거뒀고 챔프전 우승까지 차지했다. 올해도 6차전을 앞두고 계룡산에 올랐고 선수들에게 “우승 못 해도 좋다. 우승 이상의 무언가를 생각하자”며 다독거렸다. 코트에서는 별로 말이 없지만 코트 밖에서 선수들과 많은 대화로 풀어간다.



수년째 신 감독을 지켜본 방인엽 삼성화재 사무국장은 “과거에는 카리스마로 끌고 갔다면 지금은 대화로 큰 방향을 잡아 준다”며 “비시즌이면 선수들과 돌아가며 삼삼오오 소주잔을 기울이며 귀를 기울인다. 리더십보다는 멤버십으로 선수들 마음에 녹아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우승 후 삼성화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신 감독은 “위기 때는 칭찬과 신뢰로 자신감을 부여해 극복한다. 리더 중심의 리더십보다 조직원 모두가 하나가 되는 멤버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본과 조직력=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본을 가장 중요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신 감독 특유의 지도관이자 가치관이다. 그는 배구의 기본기 외에도 훈련, 선후배 간의 관계, 휴식, 음식 등까지 지독할 정도로 기본을 챙긴다. 신 감독은 “매일 오전 7시 반에 선수단 전원이 식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남들은 독재라고 말하겠지만 그것도 팀 문화를 만들어 가는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훈련의 기본은 화려한 공격이 아닌 빈틈없는 수비다. 당연히 훈련량도 많다. 방 사무국장은 “90년대 중반 오후 훈련만 하던 것을 신 감독이 처음으로 오전·오후 두 차례 실시했다”고 말했다. 김세진 KBS 해설위원은 “선수 때 수비 훈련만 한 것 같다”고 술회했다. 월드스타였지만 수비가 약해 하루 2~3시간씩 스파이크 리시브 훈련을 받았다.



신 감독은 “공격수가 공격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다. 수비까지 잘해야 좋은 선수”라며 기본을 강조한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조직력을 팀 운영의 최우선 순위로 삼았다. 올 시즌 신 감독은 “체력·나이·백업 타령만 하면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경기에 지는 것은 수비나 리시브 등 기본을 못 해서다”고 말했다. 그는 블로킹 커버플레이, 리시브 준비 자세 등 기본에서 실수할 때 가장 혼낸다. 김세진 KBS 해설위원은 “조직력과 팀워크는 하루아침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쉬라고 해도 자발적으로 알아서 훈련한다. 고참들이 앞장서 그런 분위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대전=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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