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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히트곡 메이커’ <2> ‘신사동호랭이’ 이호양

중앙일보 2010.04.20 00:12 종합 31면 지면보기
수상쩍은 이름 얘기부터 해야겠다. 작곡가 신사동호랭이. 그의 생뚱맞은 이름엔 스물 일곱 청춘의 꿈과 좌절이 그대로 녹아있다. 때는 2000년대 초반. 전남 광양 출신인 그는 아이돌 가수가 되겠노라 무작정 상경했다. 하지만 아이돌의 문은 좁았고 이내 꿈을 접었다. 대신 그는 조그만 기획사에서 어깨 너머로 작곡을 익혔다.


‘보핍보핍’만들 때 선거용 인기곡 점쳤다는 센스쟁이

그 즈음 가수 김건모와 종종 온라인 게임을 했다. 당시 그의 게임 아이디가 ‘신사동호랭이’였다. 자신이 살던 동네 신사동에다 본명 이호양을 살짝 비튼 ‘호랭이’를 덧붙여 지었다. “훗날 유명 작곡가가 되면 그대로 써야겠다”고 결심하면서다. 김건모의 아이디는 ‘양재동빡빡이’. 그렇게 신출내기 작곡가 신사동호랭이는 ‘국민가수’ 양재동빡빡이 곁에서 대중음악계를 정복할 꿈을 품는다.



그로부터 6~7년쯤 지났을까. 포미닛(‘핫 이슈’)·티아라(‘보핍보핍’)·비스트(‘쇼크’) 등 최고의 아이돌 가수들이 그의 곡으로 가요계 정상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광양 청년의 오랜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신사동호랭이는 “작곡가도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재미있는 음악을 만들자는 게 인생의 좌우명”이라고 했다. [오종택 기자]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람들이 제 노래를 흥얼대는 걸 보면 정말 기분이 좋죠.“



올해로 스물 일곱. 어느 시인이 “사랑스런 나이”라고 노래했던 때에 이르렀건만, 돌이켜 보면 그의 청춘은 그리 사랑스럽진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수가 되겠노라 부모님과 대판 싸우고 상경할 때부터 그랬다. 객기로 시작한 서울 생활이 호락호락할 리가 없었다. 반지하방에 살면서 신문배달을 해가며 학교(보성고)를 다녔고, 틈나는대로 오디션을 봤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그러다 한 힙합 언더 그룹에서 곡을 쓰면서 작곡가로 방향을 틀었다. 나이트클럽 DJ, 찜닭집 주방장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작곡에 필요한 컴퓨터 등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배달 일도 했어요. 드림팩토리(가수 이승환 사무실)에도 신문을 돌렸는데 그때 결심했죠. 언젠가는 이 녹음실에서 꼭 작업을 할 거라고요.”



그 꿈은 실제로 이뤄졌다. 자두 등의 곡을 쓰면서 “댄스 멜로디와 리듬을 독특하게 만들어낸다”는 입소문이 났다.



그렇게 2006년 장우혁 2집에 참여하게 됐고, 그 앨범의 믹싱 작업을 드림팩토리에서 했다. 그는 “막연하게 품었던 꿈이 이뤄져 아찔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전공 장르는 일렉트로닉 댄스. 2000년대 말 가요계를 강타한 ‘후크송(특정 멜로디가 반복되는 노래)’도 그의 특장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의 귀를 자극해 단숨에 기억될 수 있는 음악을 지향하는 편이다. 일군의 평론가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고 핏대 세우는 그 노래다.



“요즘은 음악으로 발생된 콘텐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한 음악이거든요. 가요계가 불황이라면서 왜 잘 팔리는 음악에 대해 비판하는지 모르겠어요.”



곡을 쓸 땐 늘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노래 하나로 얼마나 더 많은 콘텐트를 팔 수 있을까.” 후크송에 대해서도 ‘노래를 잘 팔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한단다. 올초 대박을 터뜨린 티아라의 ‘보핍보핍’도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보핍보핍’이란 후렴구가 6월 지방선거에서 ‘뽑아뽑아’란 노랫말로 둔갑해 선거용으로 쓰일 거란 계산을 했고, 실제로 그런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보핍보핍’ 한 곡으로 억대의 수익을 냈을 정도로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



“나이트 클럽 DJ를 하면서 어떤 리듬과 멜로디에서 사람들이 반응하는지 몸으로 익혔어요. 대중이 듣지 않는다면 좋은 노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최근 활동하는 작곡가들 가운데 그는 막내동생 뻘에 속한다. 20대의 톡톡 튀는 감성으로 댄스 음악계를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고 멀었다”며 허리를 숙였다. 당분간 우리 가요계가 이 막내동생의 중독성 짙은 멜로디에서 헤어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였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신사동호랭이의 작곡 노트



신사동호랭이는 정식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악기도 중·고등학교 시절 밴드에서 드럼을 친 게 전부다. 그는 “악기를 다루면 좋지만 한 악기에 매몰되면 종합적인 곡을 못 쓴다”고 말했다.



곡을 쓸 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 술은 전혀 마시지 않는다. 대개의 히트곡이 완성에 사흘을 넘긴 적이 없다. 티아라의 ‘보핍보핍’은 10분만에 완성된 곡이라고 한다. 처음엔 병원을 떠올리고 ‘삐뽀삐뽀’로 가사를 붙였다가, ‘보핍보핍’으로 바꾸었다. ‘보핍보핍’은 화장지 브랜드(뽀삐)를 연상시켜 실제 매출에도 도움을 줬다는 후문. 티아라에게 화장지 1t이 선물로 들어오기도 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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