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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방 미분양 아파트 사들인다

중앙일보 2010.04.20 00:01 경제 7면 지면보기
정부가 지방 중소형 건설사들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나선다. 지방 미분양 사태를 계속 방치할 경우 건설경기는 물론, 지방경제 전체가 불안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계속 방치 땐 지방경제 전체 악영향 우려
수도권 주택시장도 침체 … 거래 줄고 값도 하락

국토해양부는 23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미분양 해소 및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내놓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여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대한주택보증 등이 나중에 건설사들에 되파는 조건(환매조건부)으로 업체들이 떠안고 있는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방안이 포함된다. 2008년에는 최초 분양가의 70% 정도의 값으로 환매조건부 매입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다소 낮은 매입가가 적용될 전망이다. 가능한 한 많은 물량을 사들이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마치 부실자산을 사들이듯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캠코는 2008년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기로 하고 시장 분석을 했지만, 공적자금의 사용을 억제한다는 방침에 따라 보류했다.



◆맥 풀린 주택시장=한국부동산정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2월 초 이후 두 달 연속 떨어졌다. 아파트값은 2008년 가을의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하락했다. 경기도 분당신도시에서는 109㎡형(이하 공급면적) 아파트가 5억원대에 매물로 나와 있다. 연초 6억원대에, 2006년에는 7억원대 이상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보름 새 1억원 이상 가격이 빠지기도 했다.



이달 초 12억5000만원대에 시세가 매겨졌던 개포주공 1단지 52㎡형은 11억2000만원에 나왔다. 개포동 채은희 공인중개사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급매물을 찾는 수요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없다”고 전했다.



아파트 거래량도 줄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이 138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37건)보다 32% 줄었다.



분양시장도 침체 국면이다. 지난주 청약신청을 받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재건축 단지는 60가구 모집에 34가구가 최종 미달됐다. 인기지역인 데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주변 시세보다 값이 싸다고 평가되던 아파트여서 업계는 미달을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입주 단지에선 비상이 걸렸다. 다음달 입주하는 용인시 수지구의 112㎡형 아파트는 분양가(5억원)보다 7000만원 싸게 나온 분양권도 팔리지 않고 있다. 5월부터 연말까지 서울·수도권에서 집들이하는 아파트가 지난해 전체 물량(12만여 가구)과 비슷하다.



◆대출 규제가 하락세 주도=전문가들이 꼽는 주택시장의 대표적인 악재는 대출 규제다. 주택건설업계는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와 부동산 가격 억제를 이유로 규제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공급도 늘고 있다. 시세보다 30~50% 싼 보금자리주택은 2012년까지 서울·수도권에서만 32만 가구가 나온다. 주택 수요자들을 ‘대기상태’로 돌려놓는 요인이다. GS건설경제연구소 이상호 소장은 “수요 감소와 과잉공급이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금의 침체가 일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남희용 원장은 "지난해 값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 조정을 받고 있는 상태”라며 "특히 인기지역의 수요는 꾸준하므로 침체현상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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