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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성악가들 '변신' 음악극 시장 '풍요'

중앙일보 2001.08.14 00:00 종합 15면 지면보기
"오페라든 뮤지컬이든 '음악은 하나' 라는 걸 알았어요. "





지난 8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2월 2일부터 LG아트센터) 오디션 발표장에서 '신데렐라' 김소현이 한 말이다.





기성배우인 이혜경과 함께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으로 뽑힌 김소현(26)은 현재 서울음대 대학원생이다.





"오디션 이전에 뮤지컬의 '뮤' 자도 몰랐다" 는 김양은 국내 성악 전공자들의 보편적 편견을 허물고 대중에게 다가설 기회를 잡았다. 뮤지컬을 싸구려 취급하던 '고고한' 성악 전공자들이 이처럼 '낮은 데' 로 임하는 일은 몇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는 중견급 오페라 가수 윤이나(33)의 얼굴도 보였다. '박쥐' 등 주목받은 국내 오페라 무대의 프리마돈나였던 윤씨는 비중은 있으나 크리스틴보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조연(칼롯타)에 기용됐다. 외형적으로 오페라의 프리마돈나가 뮤지컬의 조연으로 급을 낮춘 것이다.





당초 윤씨도 크리스틴 역을 원했다. 그러나 윤씨는 당당했다. "잦은 오디션으로 무시당하는듯 해 포기하고 싶었으나 역할을 보고 만족했다. 극중 오페라 가수인 칼롯타는 여느 오페라의 아리아보다도 고난도의 음역을 커버해야 하는 수준높은 노래를 요구한다. 도전할 마음이 생겼다. "





이번 변신을 두고 윤씨는 김양보다 훨씬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고향(오페라)으로 돌아가면 왕따를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말이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윤씨는 "보다 완벽한 노래로 편견을 극복하겠다" 고 다짐했다.





성악 전공자 가운데 뮤지컬 무대에 선 사람들은 이전에도 더러 있었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의 최주희와 '명성황후' 의 타이틀롤을 맡은 김원정.이태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국내 무대 경력이 거의 없는 '해외파' 여서 그나마 변신이 쉬웠던 축에 속한다. 신예인 김양이나 기성무대의 주역인 윤씨에 비해 마음의 부담이 적었다는 얘기다.





아무튼 이번 '오페라의 유령' 을 계기로 성악가들의 크로스오버 활동에 가속도가 붙는다면, 오페라나 뮤지컬 구분없는 음악극 시장은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다. 이 시대 성악가의 변신은 분명 '무죄' 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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