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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코리아’ 4조원 넘어도 코스피가 게걸음하는 까닭…

중앙일보 2010.03.25 20:51 경제 13면 지면보기
2010년 한국 주식 시장의 수수께끼 하나. 외국인들은 3월 들어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1293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올해 4조7764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런데 코스피지수는 왜 상승세가 신통 찮을까. 코스피지수는 25일 1688.39로 지난해 말(1682.77)과 엇비슷하다.



IBK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이 25일 이에 대한 답을 내놨다. 순매수가 많은 것은 외국인이 많이 사서가 아니라 덜 팔았기 때문이고, 특정 업종을 가려 사는 ‘편식’이 심해 지수 상승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하루 평균 1조1225억원어치를 사고, 8797억원어치를 팔았다. 코스피지수가 1600 부근에서 1700 언저리까지 올랐던 지난해 9월의 하루 1조3653억원 매수, 1조1531억원 매도에 비해 매수는 82%, 매도는 76% 수준이다. 하지만 하루 평균 순매수는 이달이 2428억원으로 오히려 지난해 9월의 2122억원보다 많다. 매수가 줄었지만 매도는 더 많이 줄어 순매수가 커진 것이다. 순매수 규모가 크다 해도 이처럼 매수·매도가 전체적으로 줄면 지수가 잘 오르지도, 빠지지도 않는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들의 편식도 심해졌다. 지난해에는 종이·목재 업종(364억원 순매도)과 비금속(242억원)만 순매도 했을 뿐, 전 종목을 고르게 순매수했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다. 올 들어 이달 24일까지 전기·전자(1조9290억원 순매수), 운수장비(1조6511억원) 등에 매수세가 집중됐고, 전기·가스(6158억원 순매도)와 금융(3145억원) 등은 많이 팔았다. 외국인이 처분한 업종들이 주가지수 상승에 발목을 잡은 것이다.



여기에 지수가 1700선에 근접하면 펀드의 대량 환매에 따른 투신권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지수의 추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IBK투자증권 박승영 선임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앞으로 한국 주식을 많이 사지는 않겠지만, 다른 나라에서 더 좋은 주식을 고르기도 힘들어 처분하고 나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에만 한정해 보면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지금처럼 옆걸음질을 계속할 것이라는 소리다.



신한금융투자 이선엽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반도체·자동차 등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을 주로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기·가스 같은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를 파는 것이 한국 경제에 청신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체로 경기가 나빠질 때는 값이 잘 떨어지지 않는 방어주를 사고, 회복될 때는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민감주로 갈아타는 게 외국인들의 속성이다. 따라서 외국인들의 방어주 매도는 그만큼 한국 경제를 좋게 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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