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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명품’ 만들라던 녹색성장법 시행령도 없이 법만 ‘덩그렁~’

중앙일보 2010.03.25 03:01 종합 12면 지면보기
저탄소 녹색성장 산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 사업이다. 이 대통령은 “21세기형 발전모델”이리고 강조해왔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법은 다음 달 14일 시행될 예정이다.


온실가스 규제 권한 놓고 지경-환경부 ‘밥그릇 싸움’

하지만 시행을 20여 일 앞두고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이 법의 시행령 안에 대해 대통령 직속의 민관합동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공동위원장 정운찬 총리, 최병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규개위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시행령 안에 문제가 있다며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민간 위원들이 주도했다. “시행령 안대로라면 녹색성장 관련 기업들은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의 이중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최병선 위원장은 24일 “새로운 패러다임을 담아야 할 시행령 안이 온통 과거식 규제 발상으로 이뤄졌다”며 “일부 위원은 ‘이런 안이 통과된다면 위원 직을 사퇴하겠다’고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규개위가 문제 삼은 조항은 온실가스 배출량 등이 많은 사업장을 ‘관리업체’로 지정,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지경부와 환경부에 제출토록 한 항목(27조) 등이다. 업체가 제출한 자료에 대해 두 부처 장관이 공동 평가하기로 한 조항(29조)도 지적됐다. 규개위 관계자는 “산업계에서 두 부처의 규제를 받는 것에 대한 염려가 크다”며 “정부가 대통령의 관심 사업임에도 부처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해 기업들이 이중 규제를 받게 될 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녹색성장 기본법이 공포될 당시 이 대통령은 “이 법이 ‘명품 법률’이 될 수 있게 하라”고 당부했다. 법제처는 지난 8일 이 법을 영문으로 번역해 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부처 간 업무 조율이 난항을 겪으며 지경부와 환경부가 기업들을 공동 관리하는 내용의 시행령 안이 탄생했다. 업계에선 “두 부처의 ‘밥그릇 싸움’에 기업만 골병 들게 생겼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결국 규개위의 벽에 막혀 시행령도 없이 녹색성장 기본법이 시행되는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시행령 안은 규개위 통과 후에도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통상 2주가 넘게 걸린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정부는 관계부처 추가 협의를 통해 시행령 안을 수정하는 등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각 사업장이 특성에 따라 한 개 부처에만 등록하도록 하는 쪽으로 시행령 안을 고쳤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지경부에, 지방자치단체는 환경부에 등록해 한 부처의 감독만 받는 식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24일 재계 인사들을 만나 달라진 시행령 안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규개위는 정부가 수정안을 제시함에 따라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시행령 안을 재심의하기로 했다. 최병선 위원장은 “규개위 심의 기한이 45일인 만큼 위원들을 충분히 납득시켜야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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