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은행 지배구조 변화 시동 걸었다

중앙일보 2010.03.25 02:47 경제 1면 지면보기
은행권 지배구조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전문경영인이 맡아온 이사회의장직을 사외이사가 맡는다. 사외이사의 면면도 크게 바뀌고 있다. 올 초 전국은행연합회가 만든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른 변화다.


사외이사 모범규준 반영, CEO·이사회의장 분리

신한금융지주는 24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인 전성빈(57)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를 이사회의장으로 선임했다. 라응찬 회장의 연임도 확정했다. 2001년 출범 이후 계속 라 회장이 겸임해왔던 이사회의장직이 처음으로 사외이사에게 넘어갔다. 신한지주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의장은 매년 이사회 결의로 사외이사 중 선임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명시했다.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의장 분리는 사외이사 모범규준의 핵심이다. 경영진이 이사회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장치다.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사외이사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것이다.



신한지주는 이날 사외이사도 대거 교체했다. 12명이던 사외이사 중 4명을 교체하고 4명을 퇴임시켰다. 모범규준에 규정된 자격요건에 맞지 않는 사외이사들이 퇴임하면서, 그 수가 3분의 2로 줄었다.



26일 주주총회를 여는 다른 금융지주사도 모범규준을 반영할 예정이라 이사회가 확 달라지게 된다.



김승유 회장이 이사회의장을 겸임한 하나금융지주는 이번에 이사회의장을 분리할 전망이다. 사외이사 중 연장자인 조정남 SK텔레콤 고문과 정해왕 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 등이 신임 이사회의장 후보 물망에 오른다. 하나지주는 또 사외이사 2명을 교체하고, 이사 수를 10명에서 9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 회장 선출을 두고 파행을 겪은 KB금융지주의 이사회는 이미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관심거리는 이사회 의장을 누가 맡을지다. 사외이사가 회장 선출 등에 큰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사외이사로 선임될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KB금융은 주총 이후 이사회에서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회장 선출에 나설 예정이다.



한애란 기자



◆사외이사 모범규준=올 1월 은행연합회가 사외이사제도 개선을 위해 만든 은행권 자율규약.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회장(또는 은행장)과 이사회의장을 분리하는 걸 원칙으로 정했다. 또 사외이사의 임기를 총 5년으로 제한하고 매년 사외이사 중 20%를 교체한다.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금융·경제·경영·법률·회계·언론 전문가로 강화하고, 보수 내역을 상세히 공시하도록 했다. 은행과 은행지주사는 이번 주총에서 이 규준을 내부 정관에 반영할 예정이다. 형식상으론 자율 규제이나 감독 당국의 의지가 많이 반영돼 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