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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포커스] 클린턴 “마약 산 미국도 책임” 합동작전 선언

중앙일보 2010.03.25 01:58 종합 16면 지면보기
멕시코 경찰이 16일(현지시간)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 도시인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의 마약 조직 소탕 작전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칼데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군대를 동원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인명피해가 급증하면서 그의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시우다드 후아레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멕시코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 2라운드 개막을 선언했다. 양국은 23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각료급 회담을 열고 “국경과 부처 구분에 얽매이지 않는 공동 대응”을 다짐했다. 미·멕시코 접경 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미 영사관 직원과 가족 3명이 마약 갱들의 총격을 받고 숨진 지 10일 만이다.


미·멕시코, 마약과 전쟁 2라운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멕시코에서 잇따르는 마약 관련 폭력 사태와 관련, “멕시코 범죄 조직의 마약을 사들이고, 그들에게 무기를 판 미국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며 “멕시코 정부의 마약 조직 소탕전에 대한 장기적이고 강화된 지원”을 약속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이날 회담장에는 미국의 안보·군사 분야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클린턴 장관을 필두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 데니스 블래어 국가안보국(DNI) 국장,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 마이클 레온하트 마약단속국(DEA) 국장 등이 참석했다.



◆‘마약 허브’ 멕시코=멕시코는 아메리카 대륙의 ‘마약 허브’로 통한다. 중남미는 물론 멀리 중국에서까지 마약이 흘러 들어온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세계 최대 마약시장’ 미국이 최종 목적지다. 미 국무부는 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코카인의 90%가 멕시코를 통해 유입되고 있다고 밝힌다. 멕시코에서 밀반입된 마약의 총거래 규모는 한 해 총 400억 달러(약 45조원)에 달한다.



멕시코 마약 조직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미국에서 무기를 사들인다. 무기는 군경 단속반에 맞서고 경쟁조직과 영역 다툼을 벌이는 데 사용된다. 이들은 한낮에 총격전을 벌이고 상대 조직원의 머리를 잘라 거리에 버릴 정도로 대담하고 잔인하다.



특히 미국으로 가는 관문 격인 도시들은 전쟁터가 됐다. 미 영사관 직원들이 살해된 시우다드 후아레스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텍사스주 엘파소와 맞닿아 있는 이 도시에선 지난해 2600여 명이 마약 관련 사건으로 숨졌다.



◆메리다 2.0=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2006년 취임과 동시에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 조직과 결탁한 부패한 경찰 대신 5만 명의 군대를 동원해 마약 조직 분쇄에 나섰다. 멕시코 정부의 움직임에 공감한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물적 지원을 약속한 게 소위 ‘메리다 이니셔티브’다. 부시는 2007년 멕시코 메리다에서 칼데론과 정상회담을 하고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의 마약 소탕 작전을 돕기 위해 3년간 16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4억 달러, 올해 7억2000만 달러의 예산이 멕시코 지원에 배정됐다.



하지만 메리다 이니셔티브는 양국 모두에서 비판받고 있다. 멕시코 쪽에선 “약속한 장비의 전달이 늦다”는 불평이 많다. 미 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멕시코에 실제로 전달된 장비는 국경 검색용 X-레이 장비 30대, 헬기 5대 등 7700만 달러어치에 불과했다. 멕시코 특수부대를 위한 블랙호크 헬기 3대 등은 올 6월에나 전달될 예정이다.



반면 미국에선 멕시코에 대한 지원이 군사장비 등 ‘하드웨어’에만 집중됐다는 비판이 많았다.



23일 회담에서 멕시코 경찰·사법인력 훈련 등 ‘소프트웨어’ 지원 문제가 집중 거론된 건 그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메리다 이니셔티브 마지막 해인 내년 예산으로 4억1000만 달러를 의회에 요청했다. 이 중 3억1000만 달러가 멕시코 몫이다. 댈러스모닝뉴스 등 미 언론은 오바마 정부의 새 ‘마약과의 전쟁’ 전략을 기존의 메리다 이니셔티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메리다 2.0’으로 묘사했다. 그 성패가 ‘소프트웨어’ 지원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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