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라톤에 ‘물건’ 하나 나왔다, 황영조도 칭찬한 21세 김민

중앙일보 2010.03.25 00:51 종합 28면 지면보기
황영조와 이봉주(이상 40세)의 뒤를 이을 마라톤 기대주가 나타났다.


서울국제마라톤 첫 풀코스 출전
30km까진 세계 정상급 페이스

지난 21일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한 대학생 선수가 중반 이후까지 아프리카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려 육상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30㎞ 지점까지 2시간6분대 페이스로 세계 최강 아프리카 선수들과 선두 경쟁을 펼친 것이다. 이날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김민(21·건국대 3년)이다. 2000년 2월 도쿄마라톤에서 이봉주가 세운 2시간7분20초의 한국 기록은 1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다. 김민이 침체된 한국 마라톤을 되살릴 불씨가 될지 그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첫 풀코스 도전이라 35㎞ 이후 당황했다



대회가 끝나고 사흘이 지났지만 김민은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훈련 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더러 ‘오버페이스였다’ ‘30㎞까지는 제법 뛰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난 이번에 10분벽 돌파가 목표였다. 잘 뛰었다기보다는 무척 아쉽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민은 “20㎞까지 케냐 선수들을 따라 뛰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35㎞까지도 내 페이스를 잘 유지했다. 연습한 거랑 딱 맞았다. 10분 이내를 자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5㎞를 넘어가면서 갑자기 그로기 상태로 몰렸다. 그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다리 근육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50일간의 제주 겨울 전훈에서 일주일에 200㎞씩 달리며 훈련했지만 ‘마의 지점’ 35㎞ 이후를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다. 이후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그는 “힘들었지만 첫 출전은 꼭 완주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밀고 갔다”며 “국내 1위는 할 줄 알았는데 결승선을 400m를 남겨두고 박영민(코오롱)에게 추월당했다”고 말했다. 2시간13분11초, 김민은 국내 선수 중 2위로 들어왔다.



#대구와 런던을 가슴에 품고 있다



김민은 초등학교 때 운동이 좋아 육상을 시작했고 오래 달리는 것이 좋아 장거리를 택했다. 부모님 몰래 체육중학교에 원서를 냈고 운동을 반대한 부모님을 설득해 육상 선수로 성장했다. 건국대 1학년 때 처음 출전한 횡계 하프마라톤에서 실업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09년 2월 일본 이누야마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3분39초로 우승했다. 김민은 “이번에 처음 풀코스를 뛰면서 많은 걸 배웠다. 풀코스 3년째면 마라톤 선수로서 전성기라고 말하는데 내년, 내후년이 되면 더 잘 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은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 마라톤대표팀의 일원이다. 2012년에는 런던 올림픽이 열린다. 황영조의 바르셀로나 금메달, 이봉주의 애틀랜타 은메달 이후 한국 마라톤은 올림픽 메달이 없다. 김민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꼭 나가고 싶다”며 끊어진 메달 명맥을 이을 각오를 밝혔다.



#스피드 마라톤 추세에 딱 맞는 선수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기술위원장은 김민에 대해 “30㎞까지 6분대 선수를 따라가는 스피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스피드형 선수가 세계적인 추세다. 장차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다”며 “막판에 무너지면서도 13분을 기록한 것은 대단하다. 10분 이내는 금방 뛸 것 같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황 위원장은 “마라톤은 30㎞ 이후 싸움이 중요하다. 체격(175cm, 49㎏)이 마르고 왜소해 체력 보강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황규훈 건국대 감독은 “아직 근력이 약한 편이어서 웨이트와 보강 운동으로 힘을 기르고 있다. 후반 체력을 보완할 경우 내년 대구 세계선수권에서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처럼 ‘깜짝쇼’를 연출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한용섭 기자



김민



▶생년월일 : 1989년 5월 9일(21세) ▶체격 : 1m75㎝, 49㎏ ▶가족 : 부모, 1남3녀 중 셋째



▶학교 : 영광 염산초등-전남체중-전남체고-건국대 ▶취미 : 포켓볼, 탁구, 인터넷, 음악 듣기



▶주요 경력 : 2008년 8월 대관령 하프마라톤 우승, 2009년 2월 일본 이누야마 하프마라톤 우승



2009년 10월 전국체전 하프마라톤 2위, 2010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국내 2위



같은 나이 때 기록 비교해보니, 황영조 > 김민 > 이봉주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21세인 김민의 기록을 황영조·이봉주(이상 40)의 20대 초반 기록과 비교하면 어떨까.



황영조는 21세이던 1991년 영국 셰필드 유니버시아드에서 대회 최고기록(2시간12분41초)으로 우승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92년 22세 때 일본의 벳푸-오이타 마라톤에서 한국 마라톤의 10분벽을 처음으로 깨며 한국 최고기록(당시 2시간8분49초)을 세웠다. 같은 해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봉주의 20대 초반 기록은 조금 처진다. 91년 2시간14분대, 92년에는 2시간19분대로 밀려났다. 93년에 2시간10분대를 뛰었고 94년 24세 때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9분57초를 기록하며 처음 10분벽을 넘어섰다. 이어 30세 때인 2000년 2월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7분20초의 한국 최고기록을 수립했다. 대기만성의 전형이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제 첫 풀코스를 뛴 김민의 내년 기록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