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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여자 기수 출신 ‘경마 총감독’

중앙일보 2010.03.25 00:49 종합 29면 지면보기
국내 최초의 여자 기수가 국내 최초의 여자 조교사로 활약하게 된다.


‘과천벌 여전사’ 이신영 기수 남자들 제치고 수석 합격

2001년 국내 최초의 여자 기수로 데뷔한 이신영(29·사진)씨가 24일 조교사 면허시험에 최종 합격, 국내 경마사상 최초의 여자 조교사란 타이틀을 추가했다. 그것도 쟁쟁한 35명의 남자 경쟁자를 물리치고 홍일점으로 수석 합격했다.



경마 역사가 깊은 미국·호주·영국 등지에서는 여자 조교사가 드물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홍콩 등 동양권 경마 시행국에서는 그동안 여자 조교사가 배출되지 않았다. 경마란 종목 특성상 여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때문이었다. 이 조교사는 사실상 동양권 최초의 여자 조교사가 된 셈이다.



조교사는 경마 경주에서 총감독 같은 역할을 한다. 경주마를 훈련시키고, 어떤 경주에 어떤 기수를 태워 출전시킬 것인지를 결정한다. 때로는 자신에게 경주마를 맡긴 여러 명의 마주(구단주)를 상대해야 하는 비즈니스맨으로, 때로는 자신의 마방(팀)에 소속된 기수와 마필관리사 등을 관리·감독하는 CEO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수입은 순전히 경주 상금에 의존한다. 경주마다 걸린 우승상금 중 81.21%는 마주의 몫이며, 조교사는 6.62%를 챙긴다. 상금으로 벌어먹고 살아야 해 냉혹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



이신영 조교사는 부산 동아대 체육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9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며 금녀의 세계였던 기수직을 선택했다. 이어 2년간의 후보생 시절을 거쳐 2001년 7월 국내 최초의 여자 기수로 데뷔했다.



데뷔 후 24일 현재까지 855전 86승, 2위 66회(입상률 17.8%)의 성적을 거뒀다. 비록 ‘경마대통령’이라 불리는 박태종 기수(44)의 1만132전 1581승과 큰 격차를 보이지만 여자 기수를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거둔 성적이란 점에서 그의 활약세를 무시할 수 없다. 데뷔 이듬해인 2002년에는 남자 기수를 능가하는 기승술을 발휘하며 14승을 거둬 ‘과천벌 여전사’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 조교사는 수습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중 마방을 맡게 된다. 조교사로서 1년여 수습을 받는 동안 남은 기수 생활도 충실히 해 반드시 100승 고지를 밟겠다는 각오다.



아직 미혼인 이 조교사는 “일과 결혼생활 중 하나를 고르라면 주저 없이 일을 택할 것”이라며 “조교사는 기수보다 더 힘든 직업이어서 여자란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최고가 되겠다”고 말했다.



류원근 기자




이신영 조교사



■ 출신=1980년 4월 마산(만 29세)



■ 학교=마산 제일여고, 부산 동아대



■ 경력=2001년 7월 기수 데뷔(24일 현재 885전 86승, 2위 66회), 2010년 3월 24일 조교사 면허 시험 합격



■ 체격=1m58㎝, 48㎏



■ 취미=여행, 영화 보기



■ 결혼 여부=미혼



■ 최근 감동 깊게 본 영화=하모니



■ 좋아하는 연예인=정우성, 고수(순전히 잘생겨서)



■ 애창곡=서울시스터즈의 청춘열차(음치인데 부르기 쉬워서)



■ 주량=맥주 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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