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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9일 한명숙 판결 서울시장 선거 변수로

중앙일보 2010.03.20 02:41 종합 3면 지면보기
여권에 ‘한명숙 주의보’가 내려졌다. 4월 9일 한 전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 1심 판결에 따라 현재 한나라당이 앞서 있는 서울시장 선거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한나라당에 서울은 6·2 지방선거 전체의 승패가 걸린 승부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신인 데다 4년 전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구청장직 대부분을 싹쓸이한 텃밭이 서울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지면 지방선거에서 지는 것”이란 말을 부인하는 여권 관계자들은 별로 없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전 총리 지지율이 한나라당의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5월 23일)가 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 밑에서 총리실을 이끌었던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탈지도 모른다.


여권 지방선거 득실 계산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 진행상황은 여당의 마음을 한층 어둡게 만들고 있다. 검찰이 “한 전 총리에게 미화 5만 달러가 든 봉투를 건넸다”며 기소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법정에서“봉투를 의자에 놓고 나왔다”며 진술을 바꿨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불분명하다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권고했다. 사법부 개혁을 둘러싼 대법원과 한나라당의 충돌 역시 여권은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19일 “한 전 총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 선거 전체의 판을 새로 짜야 할 것”이라며 “한 전 총리의 경우 ‘억울하게 탄압받는 이미지’가 부각되고,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을 전후로 야당 지지층이 결집하면 예측불허의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선 “서울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정몽준 대표든, 누구든 징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서울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새 인물을 급히 물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서울시장 선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여권 핵심부가 정 대표 등 거물급 인사들의 차출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4년 전 한나라당의 맹형규·홍준표 예비후보가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에게 크게 고전하자 오세훈 현 시장 징발 카드로 상황을 반전시켰던 사례를 다시 모방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수면 아래서만 맴돌고 있다. 한 전 총리와의 가상 대결에서 앞서 있는 오세훈 현 시장, 나경원 의원을 놔두고 섣불리 ‘다른 카드’를 거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현실화하지도 않은 ‘미래의 무죄 판결’ 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걱정 때문에 잘나가는 당내 예비 후보들을 흔들어선 안 된다는 게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전 총리의 재판 결과와 서울시장 선거를 과도하게 연결시켜 위기감을 조성하는 건 야권만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주의보’가 단순한 기우로 끝날지, 아니면 거대한 태풍으로 커져 여권을 압박할지는 4월 9일의 재판 결과와 이후 여론 흐름이 결정지을 전망이다.



◆"서울시장 경선 권역별로”=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경선을 권역별로 치르자는 아이디어가 제기되고 있다. 당 전략기획본부장인 전여옥 의원은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경선을 한 번에 하는 게 아니라 권역별로 나눠서 하면 바람이 확실히 불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지금 나온 서울시장 후보들은 매력적인 후보군이고 경선은 뜨거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움직임에 맞서기 위해 한나라당도 서울 경선을 4~5개 지역으로 분산 실시해 흥행 성적을 극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도 “검토해볼 만한 의견”이란 입장을 표시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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