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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오스카 수상 소감

중앙일보 2010.03.18 09:17 경제 22면 지면보기
축제는 끝났고 남은 건 ‘말’들이다. 트로피와 함께 주어지는 소감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은 수상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안타깝게도 올해 오스카 수상 소감들이 조금 밋밋하긴 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카데미 시상식은 항상 명언을 남겼던 ‘말 잔치’였다. 역사가 기록하는 오스카의 인상적인 수상 소감 베스트 7을 모아봤다.


구로사와 아키라 “나는 영화를 잘 모릅니다”

7 구로사와 아키라



1990년 시상식. 명예상 수상자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무대로 나오자 모든 사람은 기립박수로 그를 맞이했고, 거장의 한마디에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영화를 잘 모릅니다.” 겸손한 진심의 한마디였다.



6 셰어



‘문스트럭’(1987년)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수많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나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말 수고 많았어요. 헤어 드레서와 비서에게도 감사하고….” 하지만 정작 상대역인 니컬러스 케이지와 노먼 주이슨 감독의 이름은 빠트렸다.



5 그리어 가슨



‘미니버 부인’(1942년)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장장 1시간에 걸쳐 오스카 사상 가장 긴 수상 소감을 전했다. 첫 마디는 이렇다. “소감을 제대로 준비 못했는데….” 시상식은 다음 날 새벽 1시에 끝났고, 이후 그녀는 네 번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4 핼리 베리



‘몬스터 볼’(2001년)로 74회 시상식에서 미국인 흑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핼리 베리. 거의 혼절한 상태에서 무대에 올라간 그녀의 소감 중 절반은 “오, 마이 갓!”이었다. 말이 길어져 줄여달라는 사인이 오자 그녀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요! 74년을 기다렸다고요!”



3 마이클 무어



‘볼링 포 콜럼바인’(2002년)으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는 부시의 군국주의를 규탄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부끄러운 줄 아시오, 부시!”



2 제이미 폭스



‘레이’(2004년)로 남우주연상을 탄 제이미 폭스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회초리를 때려가며 피아노를 가르치지 않았다면 레이 찰스 역을 해내지 못했을 것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할머니는 아직도 저와 대화를 나누십니다. 오늘도 할머니와 이야기를 할 거예요. 꿈에서 말이죠. 그런데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잠들기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할머니, 사랑합니다.”



1 톰 행크스



‘필라델피아’(1993년)의 게이 변호사 역으로 생애 첫 오스카를 안은 톰 행크스(사진). “제 인생에서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겁니다. 고등학교에서 연극을 가르치셨던 롤리 판스워스 선생님. ‘네가 맡은 배역을 완수해라. 모든 영광은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하셨죠. 그리고 함께 연기를 배웠던 친구 존 길커슨. 그들은 훌륭한 게이 미국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소감을 닫았다. “200년 전 필라델피아에 모인 현명하고 관대한 사람들은 창조주께서 만들어내신 단순하고 자명하며 보편적인 진리를 글로 남겼습니다. 신께서 우리 모두를 축복하시기를! 신께서 우리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시기를!”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 mycutebi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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