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그놈의 체면 때문에

중앙일보 2010.03.18 08:43 경제 19면 지면보기
<8강전 3국> ○·추쥔 8단 ●·허영호 7단



제10보(108~117)=‘흑▲의 체면’이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척 보기에 화려하면서도 어딘지 공허한 흑▲. 이 수가 우상을 지켜내는 방패가 될 수 있느냐. 좀더 구체적으로 흑▲가 실질적인 이득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이냐, 아니면 폼만 잡은 허공의 한 수가 될 것이냐.



지난 일이지만 흑▲가 A에 놓였다면 근심이 없었을 것이다. A는 현찰 15집은 되니까 욕 먹을 일도 없을 것이다. 흑▲는 좀더 의욕을 보인 것인데 그 순간 상대는 백△로 파고들었다. 107로 막자 108의 응수타진도 따끔하다. 110은 강력하다. 숨죽인 채 웅크리고 있던 추쥔 8단이 돌연 흑 진 속에 쳐들어와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눈감고 111로 뻗었으나 막상 112로 젖혀오자 응수가 궁하다. 허영호 7단의 이마에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참고도1’처럼 곱게 살려주자니 흑▲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4로 단수하면 패가 되는데 흑은 팻감이 없다)



결단을 내려 113 끊었다. 다 잡겠다는 수. 자칫 흑의 보고라 할 우변 일대가 초토가 될지 모르는 최강의 대응이다.



결과론이지만 ‘참고도2’처럼 살려주는 게 최선이었을 지 모른다. 허 7단도 그걸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그놈의 체면 때문에 손은 강경 일변도로 움직인다.



박치문 전문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