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탈북자 꾀어 범죄 부추기는 세력 있어…한때 보험사기 가담한 내가 부끄러워

중앙일보 2010.03.18 03:01 종합 1면 지면보기
탈북자 김소형(가명)씨가 자택서 북한 관련 사이트를 보고 있다. [강정현 기자]
 고위 당 간부의 딸인 탈북자 김소형(39·가명·사진)씨는 “대한민국에 나를 고발한다”고 털어놨다. 탈북자 사이에 보험사기가 만연해 있으며, 자신도 한때 그 일에 가담했던 것이 부끄럽기 때문이라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탈북한 고위 당 간부 딸 “대한민국에 나를 고발한다”

김씨는 유명 학자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는 현재도 고위직 당 일꾼”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개새끼도 이 팝(쌀밥)에 고깃국 먹는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1998년 두만강을 단신으로 건넜다. 그는 “탈북자들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좋은 맛’을 보기도 전에 ‘나쁜 맛’에 먼저 길들여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 시절 열성적인 노력동원과 모범적인 생활을 인정받아 금박장식의 ‘김정일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탈북자들이 보험 범죄에 빠져드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로봇처럼 살다가 자유를 찾아 왔을 때는 사람처럼 살겠다고 한 것 아닌가요? 생계형 범죄도 아니고, 일하기 싫어서 ‘쌩 돈(쓸데없는 곳에 공연히 쓰는 돈)’을 노리고 보험 사기를 치고 있으니…. 탈북자가 2만 명쯤 된다고 들었어요. 이들 중 보험 사기에 빠지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나도 한때 보험사기에 빠졌어요. 탈북자 언니가 ‘보험만 들면 돈이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솔깃했지요. 300만원인가를 보험사로부터 받았어요. 탈북 때 진 빚을 갚았지요. 당시에는 그게 얼마나 큰 죄인지도 몰랐어요.



보험 사기로 번 돈은 북한으로 흘러들어 가기도 해요. 300만원을 보내면, 브로커 수수료를 낸 뒤 북한 공안·군대가 떼어가고 나면 100만원 정도가 전달됩니다. 브로커에게 20만원을 추가 지급하면 휴대전화를 통해 현금 수령 여부를 가족에게 확인할 수도 있어요. 이 돈의 일부는 북한 가족의 탈출비용으로 쓰이지요. 일부 탈북자는 갓 입국한 탈북자에게 접근해 보험 사기에 끌어들여요.



탈북자들을 겨냥해 범죄를 부추기는 보험 대리점과 설계사들도 있어요. 서울·경기·대전 지역에는 이들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하는 전문 병원까지 있고요. 저는 경찰에 이 같은 불법 조직이 있다는 것을 고발했어요.”



탐사1·2팀 김시래·진세근·이승녕·김준술·고성표·권근영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deep@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