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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발길 이어진 길상사 법정 스님 ‘초재’ 열려

중앙일보 2010.03.18 03:01 종합 27면 지면보기
17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법정 스님의 초재(初齋·49재 중 첫 재)가 열렸다. 추모객들이 극락전 앞뜰과 강당인 설법전을 가득 메웠다. 사람들은 설법전에 마련된 법정 스님의 영정을 찾아 먼저 삼배를 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추모객들은 두 손을 모은 채 목탁 소리에 맞춰 ‘천수경’과 ‘반야심경’을 독송하며 법정 스님을 그리워했다. 14일 귀국한 푸른 눈의 현각 스님(독일 뮌헨에서 선방 운영 중)도 극락전에 들어가 삼배를 올린 뒤 초재를 함께 지냈다. 길상사 경내 가득 추모의 마음, 추모의 소리가 흘렀다.



낮 12시30분에는 추모 법회가 열렸다. 충주 석종사 선원장인 혜국 스님이 법문을 맡았다. 혜국 스님은 “그저께 송광사에서 열린 법정 스님 다비식을 보면서 ‘정말 수좌장다운 수좌장을 한번 보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다비식의 풍경과 담긴 뜻이) 얼마나 아름답던지…”라며 법정 스님이 가신 날을 돌아봤다.



혜국 스님은 또 “좀 있으면 지방선거가 있다. 정치인들은 ‘세상이 썩었다. 썩은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처님은 ‘세상은 썩지 않았다. 썩은 것은 네 마음이다’고 했다”며 “민주화 운동에도 몸담았던 법정 스님은 인혁당 사건으로 죄 없는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어떠한 법도, 어떠한 사상도, 어떠한 제도도 우주법계를 바꾸지 못 한다. 오직 내 마음이 달라져야 우주법계가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혜국 스님은 “오늘 법정 스님 초재에서 우리 모두 한 가지씩 올리자”며 “다들 내 마음이 달라지는 모습을 스님 초재에 올릴 것을 간절히 바란다”며 법문을 마쳤다. 21일로 예정됐던 길상사 추모법회는 법정 스님의 유지에 따라 취소됐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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