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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고 기자들 대하면 안될 일이 없다”

중앙일보 2010.03.18 02:34 경제 11면 지면보기
지난 16일 기획재정부 기자실에는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동수 수출입은행장 등 각계 고위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수령인은 출입기자가 아닌 전날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기자실장’ 박미란(53·사진)씨.


5급 사무관 승진한 기획재정부 기자실 박미란씨

박 사무관은 1978년 광화문의 옛 경제기획원에서 출발해 33년간 기자실 업무를 담당했다. 그가 지켜본 장관은 남덕우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부터 현재의 윤증현 재정부 장관까지 32명에 이른다. 그러는 동안 쌓인 관록으로 언젠가부터 그에겐 사무관보다 높은 ‘실장’ 칭호가 따라다녔다.



-승진 소감은.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다. 그렇지만 기자실과 취재 환경이 갈수록 나빠져 늘 안타깝게 생각한다. 오찬 행사라도 하면 기자들이 먼저 바쁘다며 행사를 끝내달라고 한다.”



-기자실 환경이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78년 경제기획원에 들어왔을 때 26명의 기자가 있었다. 80년 언론 통폐합 후에는 딱 절반인 13명으로 줄었다. 지금은 등록 기자만 170여 명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4개 부처 통합 브리핑룸이 있었다. 그때 좌석이 하필 108개였다. ‘백팔번뇌’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일도 많고, 말도 많았다. 그때처럼 많은 기자가 출입한 적이 한 번 더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다. 상주 기자가 많다 보니 규칙과 기준을 세워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실을 자주 찾은 장관이 있었나.



“진념 전 장관이었다. 들르고 싶을 때 편하게 들러 기자들과 얘기를 나눴다. 정재석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도 자주 찾았다. 정 전 장관은 공무원들의 의상에 변화를 줬다. 기자실도 밝게 꾸몄다. 그때부터 조금씩 공무원 패션이 달라졌다. 윤증현 장관도 금융정책실장 때 기자실을 자주 찾았다.”



-기억에 남는 공보관은.



“김광림(한나라당 의원) 전 공보관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도 ‘명공보관’이란 말을 들었다. 그분은 지금도 국정감사 때면 기자실을 꼭 찾는다. 이철휘 전 공보관은 통풍을 앓으면서도 술을 마다 않고 기자들과 어울렸다. 공보관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능력 있는 분들이 맡는다. 공보관을 역임한 분은 큰일을 맡을 나라의 보배다.”



-기자들도 많이 생각나겠다.



“여기를 거친 기자 가운데 언론사 사장, 국장, 부장 등 언론계 핵심이 된 분이 한둘이 아니다. 언론계를 떠난 분들도 화환을 보내주거나, 축하 전화를 해줬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기자실을 운영하는 기업이 많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방어만 하려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열고 기자들을 대하면 안 될 일이 없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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