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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교육청 감사책임자 ‘개방형 공모’

중앙일보 2010.03.18 01:47 종합 8면 지면보기
최근 국가유공자 허위 등록 실태를 조사한 감사원은 어이없는 사례를 적발했다. 국가보훈처의 한 고위 간부가 감사 담당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디스크 수술을 한 뒤 국가유공자로 등록한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17일 “이 간부는 ‘평소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업무를 많이 해 디스크에 걸렸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대고 유공자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공공감사법 7월부터 시행

감사실에 근무하던 또 다른 직원은 공무와 무관하게 신장 절제술을 받은 뒤 국가유공자로 등록한 게 드러나 유공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다른 공무원의 비리를 적발해야 하는 감사 담당자들이 직접 불법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7월부터 이런 식의 공무원 비리가 철저한 감시와 견제를 받게 된다.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공공감사법)’ 시행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공직사회 비리를 엄단하기 위해 추진된 이 법은 5년 만인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해 빛을 보게 됐다. 특히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 감사에 변화가 예상된다.



◆단체장 전횡 ‘스톱’=공공감사법은 자체 감사 인력에 대한 기관장의 인사권부터 제동을 건다. 감사 책임자를 개방형 공모와 민관협의기구의 심사를 거쳐 선발하도록 하고 최소 2년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판사·검사·공인회계사 등으로 3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나 감사·수사 업무 경력 3년 이상의 공무원 등으로 자격도 제한된다. 비리 전력자는 임용이 원천 차단된다. 단체장 등이 측근을 감사 책임자에 앉힌 뒤 인사·예산을 주물러 온 관행을 끊겠다는 취지다.



자료 제출을 거부한 기관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자체 감사기구의 권한도 대폭 강화했다. 정부기관과 지자체는 자체 감사 결과를 감사원에 통보하고 일반에게도 공개해야 한다.



이 같은 견제·감시 규정은 감사 전담부서가 있는 정부기관에 모두 적용된다.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대다수가 포함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현재 감사 업무를 법무 행정 등과 한 부서에서 다루는 중앙 부처가 일부 있지만 결국 감사 전담부서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25개 구청 등의 기초자치단체도 법 적용을 받는다.



◆대폭 강화된 자체 감사=감사원의 공공감사법 추진 과정에서 ‘눈먼’ 자체 감사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경북의 한 기초단체장은 우수한 근무 성적을 받아 온 직원에게 2006년 지방선거에서 경쟁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근무평정을 하위권으로 조정하도록 해 승진 명부에서 탈락시켰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감사 전담부서가 없는 상당수 기초단체는 감시가 느슨해질 수 있다”며 “시행령을 통해 기초단체들도 감사 전담부서를 두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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