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2년 전 ‘성매매와 전쟁’ 펼쳤던 김강자 전 서장

중앙일보 2010.03.18 01:41 종합 12면 지면보기
“성매매특별법이 만들어질 때 이대로는 안 된다고 정치인들을 찾아가 설득했다. 하지만 다들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알고도 입을 다물었다.”


“비현실적인 특별법 풍선효과 일으켜”

김강자(65·사진)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3일 ‘성매매특별법’이라는 운을 떼자마자 말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위암수술을 받고 이제 막 위험한 고비를 넘긴 몸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엔 열정이 묻어났다. 1998년 서울 종암경찰서장에 부임하면서 ‘미아리 집창촌’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며, 국내에선 처음으로 ‘성매매와의 전쟁’을 벌였던 열정 그대로다. 미성년 성매매는 엄격히 단속하면서도, 성인 성매매는 양지로 끌어내 단속보다 관리를 하려고 했었다. 2001년엔 ‘공창(公娼) 발언’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매매특별법 중 무엇이 문제인가 .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적인 법 때문에 성매매 문제가 더 악화됐다. 법을 실현하려면 효율적이고 강력한 단속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단속인력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 또 생계형 성매매 여성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다. ”



-당시 입법자들은 풍선효과는 없을 것으로 단언했다.



“풍선효과는 발생했다. 음성화된 성매매가 만연해 있다. 음성화된 성매매는 단속이 더 어렵다. 성매매 업소 건물의 한 개 층을 단속하는 데 10여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한 건물을 수색하려면 수십 명이, 한 지역을 단속하려면 수백 명이 필요한 셈이다. 음성화된 성매매는 서울을 잡으면 경기도로 퍼지고, 경기도를 잡으면 제주도로 퍼진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포위망을 좁혀가며 단속해야 한다. 그만한 경찰력을 어디서 확보하나.”



-이런 주장에 ‘성매매를 합법화하라’는 것이냐는 반론도 있다.



“내가 주장하는 건 단계적·한시적 규제주의다. 성매매가 완전히 없어지기 전까지는 양지로 끌어내놓고 정부가 관리하자는 거다. 어릴 때부터 성(性)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 건지 철저히 가르치고 성매매를 직업으로 택하는 지경까지 이르지 않도록 복지를 튼튼히 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성매매를 허용하는 나라들의 경우 성매매 종사 인구 비율이 우리나라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구체적인 대책도 있는가.



“성매매 여성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 때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그만둬도 다른 일을 할 만한 자립능력이 부족하다. 종암경찰서장 당시 여성들을 모아놓고 미용·화훼 등 다른 기술을 배우게 했다. 나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이지 못해서 탈(脫)성매매 시키는 데 10명도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체계적·전문적으로 하면 할 수 있겠다는 깨달음은 얻었다. 지금은 이런 예산이 너무 부족하다.”



선승혜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