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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시위 현장을 가다] ‘혈액 시위’ 반감 … 농민 참가자 대거 이탈

중앙일보 2010.03.18 01:36 종합 14면 지면보기
태국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훈티 단(105) 할머니가 17일 방콕의 아피싯 총리 자택 앞에서 시위진압 경찰에게 장미 한 송이를 건네고 있다. 시위대는 이날 의회 해산을 요구하며 이틀째 피를 공공건물 벽과 문 등에 뿌리는 혈액시위를 벌였다. [방콕 로이터=연합뉴스]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17일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이틀째 ‘혈액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10만여 명에 달했던 시위대 규모가 1만 명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시위는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의 혈액을 모아 정부 청사 등에 뿌려대는 방식에 대한 여론도 비판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는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은 모은 피를 이날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 자택 주변에 뿌렸다. UDD 측은 전날에도 정부 청사와 집권여당인 민주당 당사 주변에서 혈액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총리 자택 주변의 혈액시위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아 시위대와 충돌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시위대 중 일부는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방콕 주재 미국대사관 앞으로 행진하기도 했다. UDD 지도부는 혈액시위를 이어가며 정부에 대한 압박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북부와 동북부 지방에서 올라온 농민 참가자들이 시위 대열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가 장기화하는 데다 피를 뿌리는 시위 방식에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태국 당국은 시위대 규모가 절정을 이뤘던 14일의 10% 수준인 1만여 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태국 영자지 네이션은 “시위대의 주력인 농민들이 속속 생업에 복귀하고 있고, 엽기적인 시위 방식에 대한 반감도 작용해 시위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레드 셔츠’(탁신 지지 반정부 세력)는 혈액시위와 함께 수백 대의 차량이 서행하며 시내 주요 도로를 마비시키는 ‘준법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수그러져가는 시위 열기를 되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도부조차도 향후 전략에 대해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시위를 벌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대규모 시위에 자금을 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탁신 전 총리는 16일 밤 “교대로 시위에 참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위대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센 캐우쿰너드 태국군 대변인은 “시위대가 자금난에 빠진 데다 섭씨 37도에 달하는 폭염까지 겹쳐 시위가 일주일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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