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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 알말리키 재집권 흔들

중앙일보 2010.03.18 01:35 종합 14면 지면보기
이라크의 친미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재집권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총선 중간 개표 결과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국가연합’이 과반 의석에 크게 못 미치는 득표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반미 시아파 진영은 의외의 약진을 보였다. 이에 따라 향후 연정 구성 과정에서 상당한 정국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까지 이라크에서 완전 철군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미국의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이라크 총선 중간개표 결과 … 알라위 전 총리파와 선두 다퉈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79% 개표 집계치를 발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알말리키 총리의 법치국가연합과 민족주의 성향의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이끄는 정당 연맹체 ‘이라키야’가 전체 325석 중 각각 87석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전국 총득표에선 이라키야가 210만2981표로 여당인 법치국가연합(209만3997표)을 약 9000표 차이로 오히려 앞서고 있다.



법치국가연합은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29.9%의 지지율로 21.8%의 이라키야를 8.1%포인트 앞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간 개표 결과 우위를 지키지 못했다. 수니파 거주 지역에서 약세를 보인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법치국가연합은 수도 바그다드와 제3도시 바스라, 이라크 남부 지역 등 시아파가 많은 지역에서 1위를 달렸지만 수니파 지역 대부분에선 이라키야에 밀렸다. 수니파는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쫓겨난 사담 후세인 정권의 지지 기반이었다. 그 때문에 알말리키의 친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줄곧 푸대접을 받아 왔다. 이번 총선 직전에도 수니파 후보 400명이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중간 개표 결과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는 데 실패한 알말리키 진영은 개표 부정 의혹까지 제기하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법치국가연합 소속 후보 중 한 명인 알리 알아디브는 “전자개표소 감독관으로부터 ‘바그다드의 개표 결과 일부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됐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확보했다”며 “재검표가 이뤄질 때까지 개표 결과가 발표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미 시아파 약진=과격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이라크국민연맹(INA)은 당초 40석 정도를 확보하면 성공이라고 평가됐지만 예상 의석은 67석에 달하고 있다. 1, 2위 정당에 크게 뒤지지 않는 3위다. 총선 후 이뤄질 연정 구성 결과에 따라 상당한 지분을 가진 집권세력이 될 수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알사드르의 성공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 이후 득세한 친미 세력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구하는 알사드르는 서방이 이라크를 점령하자 민병대를 조직해 저항한 인물이다. 이라크 과도정부에 대항해 자체 정부수립을 선포하기도 했다.



알사드르파는 후세인 몰락 후 처음 치러진 2005년 총선에서 제1당인 통합이라크연맹(UIA)의 한 계파로 참여해 30석을 얻었다. 하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미군 철군 협상에 항의해 2007년 연정에서 탈퇴해 다시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알사드르는 이번 선거 직전 “미국 점령하에서 치르는 선거는 비합법적”이라면서도 “미국으로부터 해방을 위해 일단은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유권자를 독려하기도 했다.



알사드르파의 득세는 이란-이라크-시리아로 이어지는 ‘반미 시아파 벨트’를 구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는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이끈 루홀라 호메이니를 추종한다. 자주 이란을 방문해 종교지도자들과 회담하며 친선을 과시해 왔다.



◆미 “추가 병력 배치할 수도”=총선 중간 개표 결과는 미국에 적잖은 부담을 지우고 있다.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미 중부군 사령관은 16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선의 철군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치안 상황에 따라 이라크 북부 지역에 여단 병력을 추가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올해부터 이라크에서 철군을 시작해 현재 9만7000명 수준인 전투병력을 8월까지 5만 명으로 줄이고, 내년 말까진 완전 철군한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군 철수 후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던 친미 알말리키 진영이 의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뒤이어 연정 구성 과정에 혼란이 지속될 경우 이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정국 혼란을 틈탄 알카에다와 수니파 등 반정부 세력의 저항도 철군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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