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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발언으로 불붙은 사형제 존폐 논란

중앙일보 2010.03.18 01:21 종합 22면 지면보기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16일 사형집행 재개를 시사함에 따라 사형제 찬반 논란이 재점화됐다. 부산 여중생 성폭행·살해 사건 때문에 찬성 여론이 높지만 정치권과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포문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열었다. 김 의장은 17일 “공권력에 의해 생명을 박탈하는 구시대적 제도가 21세기 문명화된 시대에도 계속된다는 것을 나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잇단 흉악범죄로 찬성 여론 상승
종교·인권단체 “범죄 대책이 우선”
G20 회의 앞두고 외교 부담도 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도 이날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흉악범죄를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되고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사형집행 재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남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흉악범의 사형집행을 촉구하는 당 지도부의 입장과 어긋나는 것이다.



한나라당 산하 여의도연구소는 지난 12일 전국의 성인남녀 304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3.1%가 사형제에 찬성한 반면, 11.1%만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야당·종교계·인권단체들은 사형집행 재개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2008년 9월에,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지난해 10월에 각각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들은 사형제가 인간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또 사형제의 범죄 억제 효과가 미미하고 사형제 폐지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종교계에서는 천주교와 불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확고한 반대 입장이다. 반면,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찬성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날 “사형집행 재개를 논하기보다 흉악범죄 근절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는 논평을 내놨다.



국내의 반대 여론과 상관없이 사형집행을 바로 재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교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사형집행 국가와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앞두고 있어 사형 집행에 따른 외교적 부담이 간단치 않다. 사형제를 실시하고 있는 주요 국가는 미국·중국·대만·일본·싱가포르 등이다.



한편 경북 청송군의회(의장 이광호)는 17일 이귀남 장관이 “청송교도소에 사형집행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 이를 백지화할 것을 촉구했다. 군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1983년 청송보호감호소가 설치된 이래 청송 지역이 ‘악명 높은 교도소’가 있는 곳으로 각인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사형집행시설이 설치된다면 청정 청송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면서 “지역 정체성 회복 차원에서 사형집행시설 설치를 적극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송의호·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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