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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먹으면 한약 약발 떨어진다

중앙일보 2010.03.18 01:18 종합 24면 지면보기
지난해 11월 결핵 진단을 받은 정모(45·경기 군포시)씨는 3개월째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다. 결핵 탓에 체력이 많이 떨어져 힘이 부친다고 느낀 정씨는 얼마 전 친분이 있는 약대 교수에게 “인삼이 든 한약을 복용하고 싶은데 괜찮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교수는 “항생제 치료를 다 마친 뒤에 일주일가량 쉬었다가 먹으라”며 “그 일주일 동안 유산균 발효유를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내 유산균 줄어 인삼·진피·감초 흡수 잘 안 돼 … 식약청 실험서 확인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효과 덕에 염증이나 감염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런데 문제는 항생제가 유산균 등 유익한 균까지 죽여 체내흡수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항생제를 복용한 직후에 한약 등을 먹으면 흡수율이 크게 낮아져 효과가 적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 식품의약품평가원이 최근 흰쥐를 이용해 실시한 실험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됐다. 평가원은 흰쥐를 이용해 한약재인 귤껍질에 들어 있는 헤스페리딘(항염증·항산화 효과)의 체내 흡수율을 검사했다. 그 결과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은 쥐의 헤스페리딘 흡수율이 항생제를 투여한 쥐에 비해 세 배나 높게 나타났다. 평가원 약리연구과 정호상 연구관은 “항생제 투여로 장내 세균수가 감소하면 일부 한약과 건강기능식품의 약발이 듣지 않는다“며 “이는 장내 세균수가 적으면 한약과 건강기능식품의 체내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약에 많이 들어가는 인삼·진피·감초 등 천연 약재는 대부분 일종의 ‘방어막’인 배당체 상태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유산균 등 장내 세균들이 이 ‘방어막’을 제거해줘야 천연 약재에 든 약효 성분이 몸에 잘 흡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희대 약대 김동현 교수는 “인삼·감초 등이 든 한약은 물론 황금·갈근(칡)·갈화 등이 포함된 한약도 장내 세균이 충분해야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결핵·다리 골절 등의 치료를 위해 일주일 이상 항생제 치료를 받은 사람은 일부 한약과 건강기능식품의 복용을 일주일 이상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정호상 연구관은 “항생제 치료를 끝낸 뒤 최소 일주일에서 한달 정도는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좀 더 빨리 한약 등을 복용하고 싶다면 유산균이 풍부한 요구르트를 일주일 가량 충분히 섭취해 장내 세균수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를 많이 먹는 것도 좋다. 순천대 한약자원학과 박종철 교수는 “일반적으로 김치는 같은 무게의 유산균 음료에 비해 유산균이 네 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잘 익은 김치 1g당 유산균수는 1억 마리에 달한다”고 말했다. 『국제 면역약리학지』 2005년 2월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성인 30명에게 유산균이 포함된 건강기능식품 1캡슐(유산균 250억 마리)을 하루 한알씩 일주일간 먹인 결과 항생제 치료 탓에 70%가량 감소했던 장내 세균수가 원상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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