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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카페] 슬픈데 즐겁다, 이 묘한 부조화의 조화는 뭔가

중앙일보 2010.03.18 01:05 종합 26면 지면보기
9인조 스카 밴드 킹스턴루디스카. 국내에선 미개척 장르였던 자메이카의 스카를 들여와 한국적으로 해석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정통 스카로 출발했지만 레게·삼바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해 우리만의 독특한 스카 음악을 빚어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음악의 정신은 자유다. 기존 질서로부터의 독립을 꿈꾼다. 기획력과 마케팅으로 승부를 가리는 대중음악시장. 그 속에서도 음악 본연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인디음악인이다. 새로운 내일을 꿈꾸며 고단한 오늘을 이겨가는 그들을 ‘인디카페’에 초대한다.


자메이카 음악 스카 전문밴드 킹스턴루디스카

그들이 빚어내는 음악 풍경이 어쩐지 애잔하다. 인디 밴드 특유의 눅눅한 정서 때문일까. ‘으짜으짜’ 통통 튀는 리듬에 몸을 흔들다가도 어긴가 마음 한 구석이 턱 하고 걸린다. 국내 유일의 스카(Ska) 밴드 킹스턴루디스카. 그들은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사뿐사뿐 걸어왔다. 자메이카 음악인 스카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7년째 그 흥취를 퍼뜨리고 있다.



스카는 1960년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자메이카에서 태동한 음악 장르다. 브라스 밴드를 기본으로 재즈의 화성에 ‘약강약강’으로 이어지는 특유의 리듬감을 접목했다. 독립 이후의 해방감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묘하게 뒤섞인 음악으로 이해된다. 발랄한 리듬감과 쓸쓸한 노랫말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피어내는 ‘슬픈 즐거움’이 스카의 밑기둥이다.



킹스턴루디스카는 이런 역설적인 정서에 이끌린 아홉 명이 꾸린 밴드다. 6년 전 서울 홍익대 인근 클럽에서 펑크·록 등을 연주하다 스카로 전향한 뮤지션들이 하나 둘 모여 낯선 장르를 개척했다. 일렉트로닉 악기를 다루던 이들이 트롬본·트럼펫 등 브라스 악기를 새로 익혀가며 스카의 문을 두드렸다. 최철욱(트럼본)·오정석(트럼펫)·김정근(트럼펫)·성낙원(색소폰)·서재하(기타)·박상흠(베이스)·석지완(드럼)·이석율(보컬)·김억대(피아노)가 그 주인공이다.



“세상에 이런 음악도 있구나 했어요. 신나면서도 애잔하기도 하고….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 스카 음반이 거의 없었거든요. 어렵게 구한 해외 스카 밴드의 음악을 꼼꼼히 들어가며 우리만의 스카를 빚어내기 위해 애썼습니다.”(철욱)



자메이카와 우리나라는 음악적 감성의 교집합이 꽤 넓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오랜 식민지 생활을 겪은 일이나, 음악이 흐르면 덩실덩실 춤을 추는 습성도 닮았단다. 스카 음악에선 보컬이 ‘디기립 디기립’ 추임새를 넣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 장단의 ‘얼쑤’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브라스의 강렬한 사운드가 밝은 리듬을 이끌지만 스카가 마냥 흥겨운 정서는 아니거든요. 애환이나 슬픔이 잔뜩 베어있다는 점에서 우리 트로트 음악과도 통한다고 볼 수 있어요.”(정석)



인디 밴드임에도 이들의 음악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강렬한 편이다. 연간 100회 이상 공연을 치르는데, 관객들이 양팔을 흔드는 스카 특유의 춤인 ‘스캥킹’을 곧잘 따라 하곤 한단다. 상큼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마이 코튼 캔디(My cotton candy)’ 같은 곡은 제법 입소문도 탔다. 최근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응원가인 ‘대한불패’를 녹음하기도 했다.



“행사장에 가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스카 음악에 쉽게 흥을 내더라고요. 자메이카 본래의 스카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한국적으로 받아들인 우리만의 스카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석율)



이들의 음악은 특히 해외에서 슬금슬금 소문이 퍼지고 있다. 스카 음악이 활성화 돼 있는 베네수엘라에선 한 방송국이 이들의 앨범을 10대 스카 음반으로 꼽기도 했다. 한국적 스카 음악을 소개하기 위한 해외 언론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눈을 다시 국내로 돌리면 이내 씁쓸해진다. 주류 음악시장에서 한참 물러서 있는 이들의 현실적 지위 때문이다. 정규 앨범 판매량이 인디 밴드치곤 괜찮은 수준이라지만, 그래 봐야 3000장 내외다. 리더 최철욱씨는 “음악만 해서 연명하겠다는 첫 번째 꿈은 이뤘지만 듣고 싶은 음반을 마음껏 사고 싶은 두 번째 꿈은 언제 이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그에겐 휴대전화 미납금을 독촉하는 통신사 전화가 걸려왔다.



“현실은 좀 궁상 맞더라도 신나고 즐겁게 연주 하려고요. 음악은 그 자체로 행복한 거잖아요. 그게 스카의 정신이기도 하죠.”(철욱)



킹스턴루디스카는 프로축구 3부 리그 팀인 ‘서울 유나이티드’의 홍보 대사를 맡고 있다. 음악과 축구에서 마이너 리그에 속한 팀끼리 서로 응원하며 성장해 가자는 뜻에서다. 하긴 이들의 이름도 자메이카 수도인 ‘킹스턴(Kingston)’과 악동을 뜻하는 ‘루디(rudie)’가 합쳐진 말이다. 풀어 쓰면 스카 음악을 하는 킹스턴의 악동들쯤 되겠다. 19일 오후 8시 홍익대 앞 상상마당에선 이들 악동 밴드의 수준급 연주가 펼쳐진다. 킹스턴루디스카의 2010년 첫번째 단독 공연이다. 문의 010-8650-3488.



글=정강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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