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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샛별]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펴낸 소설가 김이설

중앙일보 2010.03.18 01:03 종합 27면 지면보기
김이설씨는 “나는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실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을 택했다. 내공이 아직은 부족해서 좀 더 열심히 공부하고 써야 할것 같다”고 말했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13세 소녀 노숙자, 대리모로 돈을 버는 여대생,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려진 뒤 갓길에서 몸을 파는 소녀….


살 만한 세상만 있을까, 섬뜩하게 그려낸 하류인생

소설가 김이설(35)씨는 첫 작품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문학과지성사)에서 비극적이고 극단적인 하류의 삶을 섬뜩하게 그린다. 그의 작품엔 해체된 가족, 성폭력에 노출되는 소녀, 비극적 생명의 잉태, 폭력과 살인이 빈번히 등장한다. 젖먹이를 두고 노래방 도우미로 뛰는 여인의 가슴에선 뚝뚝 젖이 흐르고, 엄마에게 버림받은 뒤 아버지뻘 사내와 동거하며 꿩고기를 파는 소녀는 엄마에게 복수하듯 꿩의 목을 쳐낸다. 독자를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설정이다. 그럼에도 책장을 넘기는 손은 멈추지 않는다. ‘이야기의 힘’을 지닌 작품들이다.



작가는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등단 3년 만에 발표한 첫 장편 『나쁜 피』(민음사)로 지난해 동인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다. 또래 작가들이 도시 여성의 소비지향적 삶을 그리는 동안 그는 생의 밑바닥을 더듬었다. 그래서 더 눈에 띈 것도 사실이다. 충북 청주에서 어린 두 딸을 키우는 작가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가진 것 많고 예쁜 사람들은 주변에 많잖아요. 실제로 우리가 더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없는 사람, 아픈 사람, 부족한 사람들의 이야기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 ‘살 만한 세상인가’를 묻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자꾸 못난 인물들을 그리게 되네요.”



TV의 르포 프로그램, 온갖 사건 사고 뉴스. 그런 곳에서 만난 이미지와 인물이 버무려져 그의 소설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난다. 그는 “독자를 다소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의 소중함을 알기에 해체된 가정이 불러오는 비극에 대한 공포를 더 예민하게 감지하게 되었다”는 말도 조심스레 꺼냈다.



“신인이라면 조금 더 날카롭고 세상에 쉽게 길들여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40~50대에도 이런 시선을 갖고 있다면 좋겠지만 나이라는 게 사람을 어떻게 바꿀지 알 수 없잖아요. 신인이기에 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해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든 부분도 있어요.”



서른하나에 등단했으니 빠른 데뷔는 아니다. 습작 기간만 10년. 부모에게 구박 받아가며 소설만 쓰다 결혼해 첫아이를 낳은 뒤 데뷔했다. 노숙자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열 세 살’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써서 등단작이 됐고, 첫 장편 『나쁜 피』는 둘째를 임신했을 때 써냈다. 둘 다 딸 가진 부모라면 상상하고 싶지 않을, 비극적인 딸들의 이야기다. 그는 “다들 태교를 이야기하시는데,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라면 아이한테도 좋지 않겠냐며 자기합리화를 했다”고 말했다.



“여자의 몸이 남자에 비해 연약할 수도 있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힘든 구조잖아요. 그 와중에 생명을 품고 내놔야 하고…. 계층이 나눠지는 현실의 시작점이 여자의 몸이고, 여자를 만든 것이 그 여자를 낳은 여자의 몸이잖아요. 그런 총체적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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