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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LG전자 노조가 제시한 새로운 노조활동의 모델

중앙일보 2010.03.18 00:27 종합 34면 지면보기
LG전자 노동조합이 국내외 고객에게 회사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 친(親)환경성과 인체공학성, 편의성, 재활용 가능성 등 소비자 만족과 지구환경 보호 요건을 충족했을 경우 노조가 품질을 보증하는 마크를 부착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이 스웨덴 사무노총이 발급하는 친환경 마크(TCO)를 부착한 제품만 역내 판매를 허용한 데서 착안했다고 한다.



LG전자 노조가 품질 보증을 자임하고 나선 것은 노조가 스스로 생산공정의 전 과정에서 엄격한 품질관리를 해나가겠다는 다짐인 동시에 고객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이다. LG전자 노조가 품질보증 마크로 채택한 로고인 ‘LGE USR’은 ‘LG전자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뜻한다고 한다. LG전자 노조는 지난 1월 이미 노조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내용의 ‘사회적 책임 헌장’을 선포했다. 노조가 단순히 회사를 상대로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데 머물지 않고 사회적 공익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품질보증 제도는 그 목표를 향한 첫 걸음인 셈이다.



우리는 LG전자 노조가 시도하고 있는 노조 활동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목한다. 노동계에서는 기존의 강성투쟁 일변도의 경직된 노동운동에서 탈피해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노사 간 상생(相生), 사회적 기여를 활동 목표로 삼은 새로운 노동운동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서울지하철·KT 노조와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행정부공무원노조연맹 등 공공기관노조 연맹체가 주축이 된 ‘새희망노동연대’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계에 부는 변화의 물결은 노사 대립과 과격투쟁으로는 더 이상 노조의 존립(存立)이 어렵다는 자각과 함께, 노사상생과 사회적 기여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창의적인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LG전자 노조와 희망연대가 추구하는 새로운 노조활동의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노동계에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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