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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임 한은 총재, 견제와 균형의 원칙 지켜야

중앙일보 2010.03.18 00:26 종합 34면 지면보기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 김중수 주(駐)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가 내정됐다. 비교적 무난한 인선이다. 국책연구기관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는 등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소통과 조화, 추진력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도 평가된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합리주의자며 개방과 자율을 중시하는 시장주의자로, 무엇보다 안정감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기에 당부하고자 한다. 가장 걱정되는 게 이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냈다는 전력(前歷)이다. 한은과 통화신용정책의 독립성 문제와 직결돼서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독립성보다 정부와의 협조가 더 강조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상반기 중 금리인상은 물 건너갔으며, 청와대가 통화정책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지나친 얘기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정자는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를 잘 헤아리길 바란다.



그도 말했듯이 “한은은 정부”다. 통화정책은 경제정책의 일부이며, 이런 점에서 정부와의 협조는 필요하다. 문제는 협조 방식과 내용이다. 한은법상 통화정책의 최종결정권한은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에 있다. 하지만 정부와의 협조와 소통만 강조하다 보면 이런 점을 망각할 수 있다. 시장이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경기부양에 얽매여 출구전략 타이밍을 놓치고, 물가안정을 해치지 않을까라는 우려다. 때로는 정부가 반대하더라도 소신대로 일관성 있게 밀고나가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 의견은 충분히 듣되, 결정은 독자적으로 하는 게 진정한 협조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 내정자가 금융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도 걸린다. 경제학 박사지만 전공이 다른 데다, 금융통화위원이나 금융계 현장 경험도 없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한은 총재직을 금융 비전문가가 맡는 데 대한 염려가 없지 않다. 탁월한 식견(識見)이 있어야 통화정책의 권위가 인정받을 수 있다. 내정자가 통화정책에 대한 독자적인 견해를 갖추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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