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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폭력범에 국한한 치료용 보호감호는 필요하다

중앙일보 2010.03.18 00:26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엊그제 사형집행과 보호감호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흉악범들이 수용된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실제 추진 여부와는 별개로, 범죄자들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보인다. 특히 아동 성폭행에 대해 사회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 당국자로서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형집행과 보호감호제도는 둘 다 사회적으로 논쟁이 뜨거운 사안이다.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형제의 경우 세계적 추세는 폐지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논란은 여전히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기본권의 제한 대상에 개인의 생명권도 포함된다고 봤지만, 한편으론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논의를 권고했다. 시대가 변했다는 뜻이다. 합헌론이 1996년 7대 2의 절대 우세에서 이번에 5대 4로 좁혀진 것이 이를 방증한다. 더욱이 합헌에 선 재판관 2명도 현 제도의 개선을 주장했다. 헌재의 결정에 담긴 정신은 제도는 존치하되 집행은 최대한 신중히 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 시점에서 그 정신은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 됐다. 사형 집행에 찬반이 있겠지만, 이는 시대적 요청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결정돼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성급한 느낌이 있다. 본인이 밝힌 대로 국민 법 감정과 외교 관계 등을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보호감호제도 역시 민감한 사안이다. 보호감호는 80년 국보위가 제정했다가 민주화 이후 위헌 결정에 이어 2005년에 폐지된 제도다. 바로 이중처벌의 위헌성과 인권유린 때문이었다. 이 장관의 발언 취지가 보호감호를 모든 범죄에 적용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인권의 후퇴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에 국한한다면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성폭력 범죄는 일종의 ‘정신병’과 비슷해 교화(敎化)나 완치(完治)가 어렵고 따라서 재범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성폭행 재범자는 ‘움직이는 흉기’여서 영구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는 정신과 의사와 판사가 ‘재범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하기 전까지 평생 강제 입원 치료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성범죄자의 격리와 교화뿐 아니라 치료를 목적으로 한 감호제도는 도입할 만하다. 이때도 정교한 기준과 운영이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차제에 성폭력 범죄에 대해 교도행정과 현행 법체계,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교화를 목적으로 세워진 교도소에서 출소하자마자 재범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부터가 큰 문제다. 교화와 치료에 미흡한 점은 보완하고, 필요한 제도와 시설을 갖춰야 할 것이다. 성폭력특별법도 엄중한 처벌 못지않게 예방과 차단을 위한 방향으로 정비해야 한다. 미국이 위험 인물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스웨덴·덴마크·폴란드가 화학적 거세를 권유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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