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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흑 진영에 비상 사이렌

중앙일보 2010.03.17 08:33 경제 19면 지면보기
제9보(89~106)=89로 몰았을 때 백이 91에 이어 석 점을 잡는 것과 실전처럼 90으로 따내는 것은 이해득실이 비슷하다. 허영호 7단의 93은 호착. 95까지 중앙을 두텁게 하며 우세를 지켜나간다. 추쥔 8단의 승부 호흡도 은근하다. 마음이 약간 급할 텐데도 일단 96으로 좌변의 엷음을 보강하며 서서히 기회를 노린다. 추쥔 8단은 초반에 판이 삐긋하며 기울었지만 아직 한번도 서두르지 않았다. 사실 강자들은(이창호 9단은 예외지만) 속력이 무시무시하다. 끈질김보다는 파괴력으로 승부하며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상대를 편하게 놔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96~100까지의 수비는 앞서가는 허영호 7단을 편하게 해주는 수순이기도 했다.


<8강전 3국> ○·백 추쥔 8단 ●·허영호 7단

여기서 ‘참고도’ 흑1로 잡아두면 좋았다는 게 박영훈 9단의 진단이다. 나중에 A로 버텨 패를 만드는 수는 있지만 부담이 너무 커 현실성이 적다. 이렇게 현찰을 챙겨두고 우상 쪽은 상대에게 맡기는 게 좋았다. 실전에서 허영호는 101로 키웠는데 화려한 만큼 위험성도 큰 수였다. 아니나 다를까. 꽉 웅크리고 있던 추쥔 8단이 칼을 뽑아들고 106으로 파고들었다. 101로 지켰는데도 수가 난다면 한 수가 헛도는 셈이 된다. 허영호의 진영에 비상사태를 알리는 사이렌이 높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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