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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중앙일보 2010.03.17 03:04 경제 11면 지면보기
1960년대 말. 국산 레저·스포츠 용품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사람들은 산에 오를 때 미군 부대에서 나온 군화와 텐트·군복 같은 군용 장비를 구입해 썼다. 산에 가면 교련복과 군복 바지를 입고 등산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군용장비가 성에 차지 않는 등산 매니어들은 보따리상들이 들여온 수입 제품을 비싼 돈을 주고 구해다 썼다.


군용 바지 입고 등산하던 때 ‘비둘기표’ 텐트·조끼로 첫선

이런 상황에서 주로 B2B(기업 간 거래)용 섬유 제품을 생산하던 코오롱은 68년 코오롱상사를 설립하고 소비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협력업체들과 함께 등산용품 개발에 착수해 70년 ‘비둘기표’ 텐트와 등산용 배낭·조끼 등을 내놓았다. 한복지·양장지를 주로 취급하던 서울 무교동 코오롱 아케이드(현 무교동 코오롱 빌딩)에서 이들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그 뒤 3년간의 연구 끝에 품질과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상록수 로고를 붙인 ‘코오롱 스포츠’ 제품이 나온 것은 73년. 상록수 로고는 영원한 푸르름, 자연과 함께한다는 의미로 디자인했다.



등산 매니어들의 평가는 좋았지만 수지 타산이 잘 맞지 않았다. 당시 레저 인구가 요새처럼 많지 않았던 데다 등산 용품의 특성상 다양한 제품군을 취급해야 해 재고 관리가 큰 부담이었다. 회사 내에서는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하지만 등산 매니어였던 이동찬(88) 코오롱 명예회장이 사업을 계속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레저·스포츠 분야는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사업”이라며 “국민 모두가 즐기게 될 등산 레저 시장을 해외 브랜드에 내주고 싶지 않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어려운 와중에도 등산 매니어들의 조언이 큰 몫을 했다. 70년대 코오롱스포츠 보문동 공장은 김태호·박기성씨 등 서울고 산악반 OB 모임인 ‘마운틴빌라’ 회원들을 비롯해 이용대(현 코오롱등산학교 교장)·유한규(아웃워드 바운드 코리아 교장)씨 등 산악인들의 아지트였다. 이들은 수시로 찾아와 제품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특히 마운틴빌라 회원들은 자신들이 직접 등산 배낭을 제작해 코오롱스포츠에 납품하기도 했다. 이들 산악인의 제안으로 이동찬 명예회장은 85년 체계적으로 등산의 실전과 이론을 가르치는 ‘코오롱 등산학교’를 85년 만들었다. 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레저·스포츠 사업이 고성장기에 진입하면서 코오롱스포츠의 매출도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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