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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정치] MB가 고속도로 휴게소 매니어 된 까닭은

중앙일보 2010.03.17 03:01 종합 4면 지면보기
이명박(얼굴)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시·도 업무보고를 받느라 지방행이 잦다. 그런 이 대통령의 동선엔 숨은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 방문이다.


예고 없이 가 경호부담 적고
자연스럽게 민심 접하게 돼
호두과자 즐기는 것도 한몫

지난 10일 대전 업무보고회 참석 뒤엔 경부고속도로 청원휴게소를, 15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도 업무보고 때는 서울~춘천 고속도로상의 가평휴게소를 찾았다. 생리현상 해결 같은 우발적인 게 아니라 의도된 행보라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얼마전 지방행사를 앞두고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가느니 고속도로를 이용해 시간이 남으면 휴게소에 들르자’고 하신 일도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왜 휴게소행을 좋아할까.



청와대 참모들은 그 이유를 대민 접촉을 좋아하는 이 대통령의 성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통상 ‘대통령이 언제 어디에 온다’는 게 알려진 공개행사에서의 경호는 까다롭기 그지없다. 반면 예고 없이 들르는 휴게소의 경우 경호 부담이 작다. 돌발사태가 발생할 우려도 작다. 이유는 또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기업에 오래 몸담으며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본 이 대통령은 휴게소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눈빛만 봐도 자신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어떤지를 알아차린다”며 “그래서 청와대에 돌아온 뒤엔 ‘오늘 보니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더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게 휴게소는 민심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드러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통령의 군것질’ 습관이다. 수행 참모들이 휴게소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호두과자를 사는 일이다. ‘커피와 호두과자’를 최고의 휴게소 메뉴로 즐기는 이 대통령을 위해서다. 10일 청원휴게소에선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오늘은 호떡도 한번 먹어보자”고 말할 정도다. “먹다 남은 호두과자는 버리지 말고 싸가야 한다”는 대통령 때문에 청와대 부속실엔 휴게소에서 사온 호두과자가 항상 비치돼 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요테이프를 파는 리어카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등 휴게소의 활기찬 분위기를 이 대통령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예기치 않은 일도 생긴다.



이 대통령의 휴게소 사랑엔 내력이 있다. 2006년 6월 서울시장에서 퇴임한 뒤 강원도 평창에서 수해 복구작업을 할 때 팬클럽 회원들과 사실상 첫 대면한 곳도 영동고속도로상의 횡성휴게소였다. 2007년 초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을 부른 “어차피 나가봐야 시베리아”라는 발언도 휴게소에서 수행기자들과 대화하던 중에 나왔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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