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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1억6400만주 의미는 회사 끝까지 책임지라는 것

중앙일보 2010.03.17 03:00 경제 1면 지면보기
‘재기할 수 있겠느냐’.


[위기 딛고 선 기업들] 박병엽 팬택 CEO

휴대전화 업체 팬택을 일구고 현재는 이 회사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주도하는 최고경영자(CEO) 박병엽(48·사진) 부회장이 3년째 지겹게 받는 질문이다. 최근 ‘그렇다’는 답을 대신할 의미 있는 조치가 있었다.



지난 12일 열린 팬택 주주총회에서 채권단이 박 부회장에게 회사 발행주식의 10% 정도인 1억6400만 주를 스톡옵션으로 준 것. 워크아웃 중인 기업의 경영자에게 대규모 스톡옵션을 준 건 이례적이다. 내년 12월까지로 예정된 워크아웃을 진행하면서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박 부회장의 공로를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15일 기자와 만나 “현재(주당 285원 추정)보다 기업가치를 두 배 이상으로 키워야 제대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족쇄일 수 있다”고 웃었다. “회사를 끝까지 책임지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자수성가한 기업인의 표상이었다. 1990년 이후 등장한 국내 제조업체 중 매출 1조원을 유일하게 넘은 기업의 창업주였다. 하지만 무리한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위기를 맞았다.



그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박병엽이라는 이름 석자를 믿어 주는 분들 덕분에 다시 일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6년 워크아웃 신청 당시 3357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 148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박 부회장은 스톡옵션이 부여된 것을 계기로 회사를 워크아웃 이전 부흥기로 되돌려 놓을 복안을 찾고 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며 “다음 달 내놓는 팬택의 첫 스마트폰이 그 시작을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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