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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이후 중단된 사형 … “언제든 집행될 수 있다” 메시지

중앙일보 2010.03.17 02:19 종합 3면 지면보기
청송 제2교도소에는 CCTV를 달아 수감자를 24시간 감시하는 독방도 있다. 아동 성폭행 사건으로 독방에 복역 중인 조두순이 CCTV에 잡혔다. [뉴시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사형 집행 검토’ 발언은 최근 흉악범에 대한 사형 집행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정부의 첫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97년 사형이 집행된 이후 김대중 정부 때부터 13년간 집행이 중단돼 온 사실을 감안하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이 장관의 이날 언급은 사형 집행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귀남 법무 ‘사형 검토’ 발언 배경

그간 사형제 존치론자들은 사형 집행이 잠재적인 흉악범들을 위축시켜 ‘사회 방어’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이 장관의 이번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흉포한 범죄에 대해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송교도소에 사형이 선고된 흉악범들을 수용하고 사형 집행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힘으로써 “단순히 엄포용만은 아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강욱 법무부 대변인은 “그동안 사형이 확정된 흉악범들도 대도시 주변의 구치소에 수용돼 있었다”며 “이들을 중(重)경비시설인 청송교도소로 집중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에 따라 집행시설도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의 이번 발언은 지난해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올해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 사건 등 반인륜적 범죄가 잇따르면서 국민의 법 감정이 사형 집행 쪽으로 급속히 기울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발표된 한 설문조사에서 “미집행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91%에 달했다. 그러나 사형 집행이 조만간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사형 집행에 대한 최종 결정은 결국 대통령 몫”이라며 “2007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 상태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외교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이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국이라는 지위를 잃게 되면 유럽 일부 국가 등이 인권 문제를 거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협정서 서명을 눈앞에 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보호감호 재도입 놓고 논란”=보호감호제 재도입 방침은 보다 강력한 범죄 예방 정책을 택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여아 성폭행범 조두순 사건 이후 전자발찌 확대 적용 등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줄 뿐 예방에는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중처벌 논란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다. 2005년 이 제도가 폐지된 이유도 이중처벌로 인한 인권 침해 논란 때문이었다. 법무부는 형법의 누범·상습범 가중처벌 조항을 없애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누범도 처벌은 똑같이 하되 대신 출소 이후 상당 기간 보호감호 조치를 한다는 것이다. 경찰대 표창원(행정학) 교수는 “과거 과도한 사회 보호 조치에 대한 반성으로 극단적으로 보호감호를 없앴지만 인권과 사회 보호라는 공익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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