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극빙산 맛 담백하고 시원 … 팥빙수 만들려다 그냥 먹어”

중앙일보 2010.03.17 01:33 종합 21면 지면보기
한국의 첫 극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김현율(52·사진) 선장. 그는 16일 “머나먼 극지에서도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했다”며 활짝 웃었다. 우리 기술로 건조된 아라온호는 지난해 12월 18일 겨울 바람을 뚫고 모항인 인천항을 떠나 남극으로 향했다. 뉴질랜드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를 거쳐 남위 75도선의 남극바다까지 누빈 끝에 88일 만인 15일 첫 항해를 마치고 인천항 제1부두에 닻을 내렸다. 항해한 거리는 3만3500㎞, 지구를 한 바퀴 돈 셈이다.


첫 임무 마친 아라온호 김현율 선장

한국해양대를 나온 그는 삼미해운·STX팬오션 등에서 근무하며 30년 가까이 자동차전용선 등 상선을 운항한 베테랑. 그러나 남극은 김 선장에게도 신천지였다. 그는 “얼음바다를 깨며 나아갈 때도 펭귄이 배 주위를 떠나지 않아 뱃고동을 울리고 항로를 바꿔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길이만 26㎞에 이르는 엄청난 빙산도 만났다. 아라온호가 이 빙산을 지나가는 데에만 1시간20분 걸렸다.



김 선장은 ‘아이스 블루’가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인지 눈으로 확인했다. 온갖 형상의 빙산·유빙들이 햇빛을 받아 시시각각 색깔을 달리하는 과정에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푸른 빛을 보고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단다. 아라온호 승무원들은 인천항을 출항할 때 팥빙수와 냉면거리도 준비해 갔다. 순백의 얼음과 눈으로 최고의 팥빙수·냉면을 맛보겠다는 속셈이었다. 먼저 바다의 유빙을 건져 올려 맛을 보니 너무 짰다. 남극대륙의 빙산을 캐어 먹어보니 담백한 맛과 청량감이 일품이었다. “그냥 먹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에 남극표 팥빙수는 포기했다”고 했다.





아라온호의 첫 항해에 부여된 임무는 쇄빙능력 테스트와 제2 남극기지 후보지 조사였다. 이를 위해 아라온호에는 25명의 승무원 외에 선박·해양·환경·건설 등의 전문연구원 25명이 동승했다. 쇄빙능력 테스트는 1월 27일부터 사흘간 남극 케이프벅스 앞바다에서 펼쳐졌다. 아라온호는 두께 1m의 얼음바다 위에서 연속쇄빙을 하며 3노트(1노트는 시속 1.852㎞)의 속력으로 항해하도록 설계됐다. 첫 시험 결과 쇄빙 시 평균 항행 속력이 1노트밖에 나오지 않아 아라온호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흘수(배가 잠기는 정도)를 조정해 실시한 2차 시험에서는 설계치를 넘는 3.5노트가 나왔다.



제2 남극기지 후보지 조사는 남극의 케이프벅스와 테라노바베이에서 실시됐다. 연구원들은 얼음 대륙에 이글루를 짓고 기상·수질·생태계를 조사하고 빙상활주로 활용 여부 등을 검토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상반기 중 후보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아라온호의 다음 출항지는 북극이다. 7월 초 북극권의 기후환경과 해양조사를 위해 다시 출항할 예정이다.



인천=정기환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