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춤꾼들이 목매는 ‘봄의 제전’ 피나 바우슈의 요리법은?

중앙일보 2010.03.17 00:54 종합 26면 지면보기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20세기를 대표하는 발레음악이다. 그런데 만만치 않다. 첫 대목 바순의 솔로는 생뚱맞고, 툭툭 튀어나오는 관악기는 귀에 거슬린다. 불협화음이 난무한다.



더 이상한 건, 이 난해한 음악에 무용가들이 목을 맨다는 사실이다. 20세기 초반 니진스키의 ‘봄의 제전’이 초연된 이후 모리스 베자르·마사 그레이엄·피나 바우슈·마리 쉬나르·앙줄랭 프렐조까주 등 세계적 거장이 차례로 손을 댔다. 유명 안무가가 만든 ‘봄의 제전’만도 60여 개다. 국내에서도 안성수·안은미씨 등이 도전했다. 무용가들은 ‘봄의 제전’에 왜 이토록 집착할까.



스트라빈스키의 불친절한 음악 ‘봄의 제전’은 발레 안무가들에게 영원한 도전이었다. 1975년 선보인 피나 바우슈의 ‘봄의 제전’은 여성의 불안을 극대화했0다. [LG아트센터 제공]
◆고함과 욕설이 난무하다=러시아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하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어느 날 꿈을 꾼다. 원시시대가 배경이었다. 사람들은 젊은 처녀를 간택해 그녀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춤을 추게끔 했다. 그리고 처녀를 하늘에 바쳤다. 스트라빈스키는 요상한 꿈을 당시 최고 흥행사인 디아길레프에게 들려주었다. 디아길레프는 스트라빈스키를 꼬드긴다. “신화적 스토리인데. 춤 한번 만들어볼까.” 무용 ‘봄의 제전’은 이렇게 탄생한다.



음악이 완성되자 안무가 니진스키가 동참해 무대를 꾸몄다. 1913년 5월,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다. 극장 안은 초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듣도 보도 못한 기괴한 리듬에 객석은 술렁거렸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 표정, 어색한 스텝, 괴기한 포즈…. 파괴적인 음악과 야만적인 안무에 고함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급기야 난투극까지 벌어졌다. 관객 절반은 공연 도중 빠져나갔다. 시인 장 콕토는 “미쳐버린 것처럼 보였다”고 당시를 묘사했다.



여파는 오래갔다. 언론에서도 찬반양론이 격하게 부딪혔다. 정작 디아길레프는 시치미를 뚝 뗐다. 시끄러울수록 관심이 증폭됐고, 공연은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아방가르드(전위예술)의 탄생이었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장인주 이사장은 “당시 소동 덕분에 ‘봄의 제전’은 혁신적인 무용의 아이콘이 됐다. ‘봄의 제전’은 거장 반열에 오르는 통과의례가 됐다”고 말했다.



◆에로틱하거나 잔혹하게=59년 모리스 베자르의 무대도 파격이었다. 그는 사슴의 발정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남녀의 성적 본능을 화두로 잡은 베자르는 무용수들에게 착 달라붙는 타이즈를 입힌 뒤 성적인 에너지가 노골적으로 표출되는 안무를 짜나갔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에 공연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베자르도 60년 파리 세계연극제 최우수 안무상을 받았다.



75년 선보인 피나 바우슈의 ‘봄의 제전’은 희생의 제의라는 본래 플롯을 지향했다. 제물로 선택된 여성이 불안과 극도의 공포 속에 최후를 맞는 마지막 대목은 현대 무용사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힐 정도다. “70년대 동·서 대립의 긴장감이 녹아있다”라는 평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79년 초연됐으나 한쪽 가슴을 보였다는 이유로 1회 공연에 그쳤다.



최민우 기자



▶피나 바우슈의 ‘봄의 제전’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18일부터 나흘간 공연된다. 4만∼12만원. 02-2005-0114.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