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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셔터 아일랜드’

중앙일보 2010.03.17 00:53 종합 27면 지면보기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기획단계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사진)가 재회한데다, 세계적 스릴러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국내에는 『살인자들의 섬』으로 소개)을 영화화했기 때문이다. 원작은 ‘식스 센스’급이라 할 만한 초강력 반전이 일품이다. 스릴러 작가로선 흔치 않게 문학성을 인정받는 루헤인 특유의 섬세한 문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건 만만찮은 도전이다. 소설을 읽은 상당수 관객이 반전을 알고 있는 것도 부담이었다.


디캐프리오·스코세이지 그 이름 어디 가겠나

결론부터 말하면 ‘셔터 아일랜드’는 원작과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한다. 감독은 앨프리드 히치콕을 떠올리게 하는 고전적인 스타일을 마음껏 구사한다. 마치 “반전이 뭐 그리 중요해? 난 그거 말고도 보여줄 게 많은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스산한 안개의 일렁거림을 섬세하게 잡아낸 촬영,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적절히 배합한 음악, 을씨년스러운 1950년대 정신병원을 재현한 미술은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만하다.



보스턴의 외딴 섬에 있는 중범죄자 정신병원에서 한 여성환자가 실종되자 연방보안관 테디(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파트너 척(마크 러팔로)이 파견된다. 두 사람은 이 병원에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심한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외부로 나가는 교통편이 끊기고 이들은 섬에 고립된다. 영화의 주된 긴장을 이끌어가는 두 축은 파시즘을 은유하는 듯한 병원의 환자 통제 시스템과 테디의 개인사다. 병원의 비밀을 추적하는 테디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퇴역군인으로 심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관건은 현실과 환상이 복잡하게 뒤엉킨 이 영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좇아가는 것이다. 그래야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서스펜스를 즐길 수 있다.



전쟁과 폭력 앞에 무력했던 한 남자의 슬픔과 분노, 그가 셔터섬에서 겪는 공포와 압박감을 이 사회파 감독이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주목하길 권한다. 테디가 아내를 끌어안았을 때 재로 변해서 부서지는 장면, 독일군 장교가 권총 자살한 가운데 악보가 바람에 휘날리는 장면에선 탄성을 금할 수 없다. 나흘간의 사건을 그렸기에 디캐프리오의 의상은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엇비슷한 옷 44벌을 갈아 입은 것이다. 그가 바위 틈에서 쥐떼를 만나는 장면에선 실제로 쥐 100마리를 풀어놓았다고 한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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