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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장애인 올림픽 스키 크로스컨트리 임학수·박윤배

중앙일보 2010.03.17 00:47 종합 28면 지면보기
임학수(오른쪽)가 경기를 마친 뒤 박윤배와 함께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밴쿠버=연합뉴스]
한국은 역대 장애인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없다. 하지만 2010 밴쿠버 장애인 겨울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씩씩한 남자 둘의 아름다운 동행

한국 바이애슬론(스키+사격)의 1인자였던 박윤배(31)와 시각장애 스키 크로스컨트리 선수 임학수(21·하이원). 두 선수가 한국의 첫 장애인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 9개월 전 의기투합한 두 남자는 이번 대회 첫 경기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16일(한국시간) 크로스컨트리 남자 시각장애 20㎞ 프리에 출전한 임학수는 전체 9위에 올랐다. 5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장애 등급이 높은 선수들이 가산점을 받으면서 순위가 다소 처졌다. 이 경기는 임학수의 주종목도 아니었다. 정말 자신 있는 종목은 19일 열리는 크로스컨트리 남자 시각장애 10㎞ 클래식과 22일 열리는 1㎞ 추적. 임학수는 “올림픽 크로스컨트리에 처음으로 출전해 긴장이 많이 됐다. 스스로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옆에 선 ‘가이드 러너’ 박윤배는 임학수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임학수(뒤)가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시각장애 20㎞ 프리에서 안내자 박윤배와 함께 역주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박윤배는 국내 바이애슬론의 간판이었다. 2003년 아오모리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땄고,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각종 국내대회 우승은 밥 먹 듯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세계 무대에만 서면 번번이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박윤배는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대표팀의 박기호 감독으로부터 “장애인 올림픽의 메달 기대주 임학수를 가이드 러너로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2009년 6월이었다. 그는 주저 없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가이드 러너는 시각 장애 선수 2~3m 앞에서 달리며 코스를 안내하는 길잡이 코치다.



박윤배는 “토리노에 이어 밴쿠버 겨울올림픽에도 나가고 싶었는데 당시는 우리 바이애슬론의 출전 가능성이 낮았다. 세계무대에만 나가면 하위권이라 좌절감도 심했다”면서 “임학수가 메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 함께 뛰어서 그를 시상대에 서도록 돕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고 털어놓았다. 장애인 올림픽 크로스컨트리의 경우 선수와 가이드 러너가 함께 시상대에 오른다. 임학수가 메달권에 든다면, 박윤배도 올림픽에서 못 이룬 메달의 꿈을 장애인 올림픽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임학수는 시력이 0.1 정도이지만 기상 악화로 날이 어두워지면 시력이 급격이 나빠지는 선천적 시각장애를 겪고 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장애인 육상 중·장거리 선수로 활동해 폐활량과 근지구력이 탁월하다. 여기에 성실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스키를 신은 지는 이제 겨우 3년. 박기호 감독은 “크로스컨트리 선수의 전성기는 보통 20대 후반이다. 지금 스물한 살인 임학수는 이번 대회나 소치 올림픽뿐 아니라 평창 개최가 기대되는 2018년 올림픽에서도 기량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학수에게는 4년 뒤, 8년 뒤가 멀기만 하다. 그는 “멀리 목표를 내다보기보다는 이번 올림픽의 남은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금메달만 생각하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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