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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태풍 손에 달린 4강 PO 열쇠

중앙일보 2010.03.17 00:42 종합 28면 지면보기
KCC의 운명이 전태풍(30·1m80㎝)의 ‘픽앤드롤(Pick&Roll)’ 플레이에 달려 있다.


하승진 부상으로 빠진 KCC
전태풍-레더·존슨 조합에 의지

픽앤드롤은 가드와 빅맨(센터·파워포워드 등 골밑 공격을 주로 하는 선수)이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수비를 따돌리고 득점하는 플레이를 가리킨다. KCC는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바로 이 픽앤드롤을 이용해 2승1패로 앞서 가고 있다.



17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에서 열리는 삼성과 KCC의 6강 플레이오프 4차전 결과는 KCC의 픽앤드롤이 얼마나 먹혀들어 가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3차전에서는 삼성이 이를 잘 막아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센터가 없어도 통한다=삼성은 2005~2006 시즌 챔프전에서 강혁과 네이트 존슨의 콤비 플레이를 앞세워 모비스에 4연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당시 삼성 센터 서장훈은 챔프전 평균 출전 시간이 26분에 그쳤다. 강혁-존슨의 약속된 플레이가 잘 먹혀 굳이 센터를 오래 투입할 필요가 없었다.



KCC는 현재 최고의 센터로 평가받는 하승진(25·2m21㎝)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종아리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하승진은 6강 1차전에서 9분을 소화한 뒤 벤치만 지켰다. KCC는 전태풍과 외국인 선수를 이용한 패턴 플레이로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고 있다.



전태풍
제대로 된 가드-빅맨 플레이는 강력한 센터만큼이나 위력적이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2006년 챔프전을 회상하며 “강혁과 네이트 존슨 콤비는 내·외곽이 모두 좋아 알면서도 못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픽앤드롤은 어느 팀이나 쓰는 전술이다. 제대로 하려면 가드가 기술과 시야를 동시에 갖춰야 하는데 전태풍이 그걸 잘 한다”고 덧붙였다.



◆보기 드문 정통 픽앤드롤=농구에서 가드와 빅맨의 콤비 플레이를 가리키는 용어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픽앤드롤’은 가드가 자유롭게 드리블할 수 있도록 빅맨이 상대 수비를 가리면서 막아 서고(스크린), 이를 이용해 가드가 공간을 만들어 낸 뒤 빅맨에게 어시스트해 주는 것이다.



농구 전문가들은 한국 농구에서 정통 픽앤드롤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최인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과거 삼성의 강혁-존슨 플레이는 픽앤드롤보다 픽앤드팝(Pick&Pop)에 가까웠다. 반면 전태풍과 레더는 정통 픽앤드롤”이라고 설명했다. 픽앤드롤이 골밑 공격이라면 픽앤드팝은 빅맨이 가드의 패스를 받아 중거리슛을 터뜨리는 것을 말한다.



최 위원은 정통 픽앤드롤이 드문 이유에 대해 “국내 프로농구에는 정통 센터도 드물지만 그중 가드와의 약속된 플레이에 능한 선수는 더욱 찾기 어렵다. 서장훈과 하승진 등 토종 센터들은 모두 픽앤드롤을 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삼성, 하나는 버린다=삼성은 1, 2차전에서 KCC의 픽앤드롤 플레이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는 미국에서 자란 전태풍의 독특한 스타일도 한몫했다. 전태풍은 토종 가드들에 비해 더 공격적이고 창의적이다. 추일승 MBC ESPN 해설위원은 “픽앤드롤은 빅맨을 살리는 공격인데 전태풍은 득점 욕심이 있어 픽앤드롤을 주도하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 직접 공격을 하곤 한다. 삼성 가드들이 더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3차전에서 KCC를 효율적으로 막았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전태풍에게 슛을 내주더라도 레더와 존슨의 골밑 득점은 철저하게 막았다”고 말했다. 허재 KCC 감독은 “4차전에서는 대비책을 갖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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