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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물리올림피아드 한국대표 손용현군

중앙일보 2010.03.15 16:11
서울대 입학을 포기하고 꿈을 찾아 나선 고교생이 있어 화제다. 지난해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수시합격했지만 등록을 포기하고 세계물리올림피아드 한국대표로 출전하게 된 손용현(경기과학고 3)군이 그 주인공. 손군을 만나 포부를 들어봤다.


“제2의 이휘소 박사가 꼭 되겠다”



세계올림피아드 한국대표는 서울대 입학보다 더욱 간절한 꿈이었어요. 서울대는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세계올림피아드 참가는 지금 아니면 평생 못하는 거잖아요. 혹시 대표 선발에서 탈락했다해도 절대 후회 없는 선택이었습니다.”경기과학고의 신입생 입학식이 열리던 지난 2일 강당 한편에서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던 손군이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다. 세계물리올림피아드 한국대표 선정·발표가 갑자기 하루 앞당겨져 바로 그때 합격 축하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



손군은 사실 서울대 등록 마감을 앞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해에도 올림피아드 최종 후보에 올랐다 탈락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탈락한다면 고스란히 1년을 허비하는 셈이라 주위의 만류도 컸다. 한때 서울대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고 올림피아드 준비에 소홀하기도 했다. 그러다 겨울방학 때 치러진 올림피아드 최종 후보 선발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다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미 고교 과정을 모두 마치고 2학년 조기졸업을 앞두고 있던 손군은 “중2 때부터 꿈꿔왔던 올림피아드 한국 대표가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 비록 한번 실패했지만 다시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지난달 28일 최종 실험·면접을 치른 후 올해 여름 크로아티아에서 열릴 세계물리올림피아드 한국대표 5명(경기과고 2·서울과고 1·한성과고 1·세종과고 1명)에 선발됐다.



서울대보다 올림피아드 한국대표가 더 큰 꿈



손군은 초등학교때까지 수학·과학에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손군의 독특한 수학 풀이법을 보던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올림피아드 준비에 나섰다. “그때까지 제가 뭘 잘하는 지도 몰랐어요. 중학교에 갔는데 물리수업이 특히 재미있더라고요. 세상의 모든 현상이 어떤 원리를 통해 일어난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원리를 알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도 할 수 있어 좋았죠.” 손군은 중2때 처음 출전한 물리올림피아드 전국대회에서 은상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수학올림피아드에서 동상,수원시 과학경시대회 최우수상, 경기도 과학경시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수학·과학 분야에서 각종 상을 탔던 그는 중3때 처음으로 좌절을 겪었다. 꾸준히 내신 성적 상위 3%선을 유지해 한국과학영재학교(당시 부산영재학교)에 도전했지만 탈락의 쓴잔을 마신 것. “영재고에 탈락했을 때엔 세상이 다 무너지는 듯 눈물이 났다”는 손군은 부모님의 설득으로 마음을 다잡고 경기과학고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녹록치 않았다. 자랑이었던 경시대회·올림피아드 수상실적이 과학고 특별전형에는 다소 부족했던 것이다. 결국 일반전형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다소 관심도가 떨어졌던 화학·생물·지구과학을 심도있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손군은 “그 전까지는 수학·물리만 공부했었는데 이 때 다른 분야를 공부한 덕분에 고교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개월간의 집중적인 대비 끝에 경기과학고에 합격한 손군은 세계올림피아드 출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국 대표 예비 후보 50명에 선정되기 위해선 한국올림피아드 금상 수상이 필요했다. 이미 중학교 때 전국대회 은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어 자신 있었다. 경기과학고의 커리큘럼도 도움이 됐다. 전체 학생의 95%이상이 2학년을 마치고 조기졸업하는 이 학교의 교과과정은 각종 외부 경시대회, 올림피아드 준비에 최적화 돼있다. 여기에 힘입어 손군은 고1때 출전한 한국물리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후 손군은 최종 후보 10명에까지 진출했지만 마지막 실험·면접전형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손군은 “한 순간 포기할까도 했지만 꿈에 대한 열망이 커서 재도전을 마음먹었다”며 “실수만 줄인다면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국올림피아드에 재도전한 그는 이번엔 물리·천문올림피아드에 출전해 각각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다시 세계대회 예비후보에 선정됐다. 그러다 큰 변수가 생겼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조기졸업전형에 합격한 것.



“날아갈 듯 기뻤죠. 하지만 가슴 한 구석에 항상 못다 이룬 꿈이 남아있었어요. 서울대에 재도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세계의 천재들과 만나 얘기도 나눠보고 경쟁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거죠.”



세계물리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수상해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그는 해외 유학 후 국내 대학 교수를 꿈꾸고 있다.



손군은 “물리학의 최대 난제인 전자기력·약핵력·강핵력·중력을 모두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밝혀내고 싶다”며 “이휘소 박사와 같이 세계적인 과학자가 돼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설명]서울대 등록을 포기하고 세계 물리올림피아드 한국대표를 선택한 경기과학고 손용현군이 세계의 물리 천재들과 실력을 겨룰 꿈에 부풀어 있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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