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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자녀를 키워보니④ 고광윤<고병현군 아버지>

중앙일보 2010.03.15 16:06



고병현(17)군은 15살에 한국정보통신대학 공학계열에 입학했다 지난 해 카이스트 수리과학과로 전과했다. 고군의 세 동생들도 초등 졸업 전 고등수학의 미적분까지 공부했거나, 공부할 계획을 가질 정도로 영재성을 띠고 있다. 영어실력도 뛰어나다. 한 마디로 영재가족이다. 이들의 성장엔 아버지인 고광윤(46연세대 영문과 교수)씨의 특별한 교육비법이 숨어있었다.

공부하는 재미를 붙이게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해줬죠



영재성 발휘, 첫 10년이 중요해



고씨는 아이들의 영재성을 키워주는데는 초등 졸업 전까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아이의 지적 성장이 왕성하고 이때의 학습태도가 평생의 공부습관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현실도 고려했다. “중학교 입학부터 내신수능에 대비해야 하잖아요.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좀더 자유로울 수 있는 초등학교 때 교육을 시켜보자는 심산이었죠.” 중학교 입학 전에 아이의 영재성을 발견한다면 관심분야에 맞춰 집중적으로 공부를 시켜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식암기식의 일반적인 선행학습과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고자 했다. 학원 식의 선행학습은 입시경쟁 위주여서 창의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고씨는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공부의 큰 그림과 계획은 부모가, 실천은 아이 스스로’라는 것이다. 어린 나이기 때문에 계획을 잡는 것은 도와주되, 고군 스스로의 의지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공부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에 초점을 뒀다.



아버지가 큰 그림, 아이는 스스로 실천



고씨는 자신의 교육방법을 ‘과부하의 원리’라고 표현했다. “근육을 키울 때 더 큰 자극을 줘 훈련합니다. 휴식과 안정을 취한 뒤 다시 더 무거운 것에 도전하죠.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100을 해냈다면 얼마 후 110에 도전하는 식이다. 고씨는 고군의 학습계획을 이런 원리에 맞춰 짰다. 아이에게 각 단계마다 성취감을 주고 다음 단계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수학과 영어를 중심에 뒀다. 수학은 초등 졸업 전 고등수학의 미적분까지를, 영어는 원어민과의 완벽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했다. 큰 그림을 짠 뒤 하루 분량의 구체적인 학습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고씨가 더욱 초점을 뒀던 것은 공부환경이었다.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유지시켜 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계획을 짜고 점검은 해 주되 공부는 철저하게 스스로가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진도에 연연하지 않았다. 아무리 작은 분량이라도 매일 꾸준히, 그리고 완벽하게 이해하도록 했다. 해답지는 보지 못하게 했다. 오래 걸리더라도 끝까지 고민해 답을 구하도록 했다.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이 잡히자 학습속도는 놀랄 만큼 빨라졌다. 초등 5학년 때 수학과 교수들로부터 대학 2~3학년 수준의 수리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영문과 교수지만 아이를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다. 다만 고군의 손이 닿는 곳 어디에나 영어로 된 책음악영화동영상들을 갖춰놨다. 고군의 놀이대상은 다양한 분야의 교육용 CD200개, 영화 500편, TV프로 100여개 였다. 영어에 재밌게 빠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듣기 실력은 자연스럽게는다는 것이 고씨의 지론이다. 일정수준의 듣기가 되면 영어책을 중심으로 읽기에 집중토록 했다. 하루 2권, 꾸준히 읽은 책이 지금은 1500여 권에 달한다.



고군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방법은 독서다. 영어책을 포함해 지금까지 읽은 책이 4000여 권에 달한다. 고씨는 고군과 서점에 가기 전에 먼저 관련분야의 좋은 책 목록을 작성했다. 무작정 아이가 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을 선정하기 위해서다. 그 안에서 고군이 선택하게끔 했다. 고군에겐 ‘자신이 고른 책’이라는 책임감을 부여하면서 교육적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테두리를 친 것이다.



부모가 솔선수범, 아이의 지적 호기심 자극



고씨는 “모든 아이들은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욕구가 있다”며 “부모의 태도에 따라 아이들의 학습의지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어릴때는 ‘포인트제도’를 활용해보라고 권했다. ‘일찍 자면 1점, 책을 읽으면 2점’, 이런 식으로 가족 전체의 포인트를 계산해 일주일마다 상을 주는 제도다.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것이 중요해요. 결과가 공개되니 부모부터 긴장하고 솔선수범할 수 밖에 없죠.” 그는 “아이의 질문을 절대 꺾지 말라”고 조언했다. 고군이 질문하면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질문부터 해결해줬다고 한다. 질문에 답을 구하고 다시 새로운 질문을 찾아 탐구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공부에 흥미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씨는 대학에 입학하는 고군에게 “학점은 중요하지 않다”며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당부했다. 관심분야를 넓히고 학문적 소양을 쌓는 일에 집중하라는 주문이다. 평가는 평가일 뿐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영재성을 가진 아이들일수록 세상의 편견에서 상처를 받기 쉽습니다. '100점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왜 이 문제를 못 푸냐는 질책들이 되려 아이의 영재성을 죽일 수 있죠. 아이의 능력을 믿고 끝까지 응원해주는 것도 부모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사진설명]고씨는 “아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며 “부모의 믿음이 영재성을 이끌어 내는 첫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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